2025.11.22(토)

야구

LG와 삼성의 행복한 고민, '외국인 투수 없어도 돼?'

토종 투수들로도 '준수한 선발마운드' 구성 가능.... 외국인 선수는 '덤'

2013-11-30 01:05

▲LG김기태감독은주키치의공백에도올시즌팀을정규시즌2위로올려놨다.사진│LG트윈스
▲LG김기태감독은주키치의공백에도올시즌팀을정규시즌2위로올려놨다.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언젠가부터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가 됐다. 특히, 좋은 투수를 얼마나 잘 뽑느냐의 여부는 그 해 성적과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각 구단 스카우트 팀이 ‘팀장급’을 중심으로 좋은 선수를 구하기 위해 해외를 전전하는 것도 이제는 예삿일이 됐다. 시즌 중에는 마이너리그 트리플 A 경기를 유심히 살펴 본 이후에 계약 만료를 눈앞에 둔 선수를 점찍어 두는 경우도 있고, 시즌 이후에는 도미니카,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지에서 열리는 윈터리그를 관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스카우트의 사례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기량도 기량이거니와, 미국과는 전혀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문제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했던 ‘트로이 오리어리(전 삼성)’가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사례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이들이라 해서 한국야구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씁쓸한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 없어도 그만? LG와 삼성의 ‘행복한 고민’

그래서 잦은 외국인 선수 교체가 이루어지는 구단은 스카우트 팀이 바쁘기 마련이다. 괜찮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결국 구단의 몫이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일부 구단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신통치 못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즌 끝까지 그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 선수 교체 목적으로 미국 땅을 밟는다 해도 막상 뽑을 선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교체된 외국인 선수’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인 사례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지 최근에는 ‘기량이 떨어지는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는 것보다 아예 ‘외국인 선수 없이 선수를 꾸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구단이 바로 삼성 라이온스다. 삼성은 이미 전임 선동열 감독(현 KIA) 시절부터 외국인 투수 없이 ‘토종 선발’로만 마운드를 운영하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험이 있었다.


류중일 감도 부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1년에는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가 제 몫을 다 하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고, 저마노-매티스 듀오가 마운드에서 나름 제 몫을 다 해 줬지만, 둘이 합쳐 10승을 거둔 것이 전부였다. 탈보트-고든이 10승 이상을 거두었던 지난해에는 나름대로 안정감을 보여 주었지만, 올해에는 아예 외국인 선수 재미를 못 봤다. 밴덴헐크가 7승을 거두며 나름 제 몫을 다 했지만, 로드리게즈와 카리대는 그 존재감마저 희미해질 만큼 제대로 보여 준 것이 없었다. 이 둘을 대신하여 배영수,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등이 토종 마운드의 자존심을 살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특정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아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팀들일수록 외국인 선수 전력은 ‘덤’일 뿐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팀이 있다. 바로 LG 트윈스다. LG는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많은 이들을 잠실로 불러들였지만, 성공 사례가 드물 만큼 ‘외국인 선수 잔혹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리즈-주키치 듀오의 발견은 LG 마운드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LG는 올 시즌 주키치 없이도 선발 마운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물론 리즈가 제1선발로서 제 몫을 다 했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도 높게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류제국, 우규민, 신정락, 신재웅 등은 내년 시즌 언제든지 선발로 풀타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재원들이며, 경찰청 복무 이후 1군에 합류하는 윤지웅 역시 ‘이닝 이터’로 거듭날 수 있다. 리즈를 잡지 못한다 가정해도 충분히 토종 선발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LG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절망감은 오히려 ‘좋은 신인 유망주를 끌어 모을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바로 이 점이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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