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각 기업들은 저마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자사를 내/외부적으로 예쁘게 꾸미기 위해 노력한다. 이 중 광고나 홍보, 메세나 등은 기업 외적인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우량 인재 선발/육성 과정은 기업의 내적인 활동에 해당된다.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의 슬로건, 어디에 갔는가?
그래서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그룹의 슬로건은 본인들뿐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을 만했다. 사실, ‘기업은 사람’이라는 명제는 경제 선진국이라면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일종의 사명과 같다. 대기업의 이름을 걸고 있는 모든 계열사들이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이는 스포츠단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규직이냐 아니냐를 떠나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적어도 계약 기간 동안만큼은 해당 기업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바로 그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에서 최근 연달아 ‘깜짝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련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에 일어났다.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좋은 성과를 내고도 주역들이 제대로 된 평가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셈’이다.
먼저 들려 온 것은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 나온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의 소식이었다.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한이 지나면서 이종욱-손시헌 듀오가 ‘옛 스승’이 있는 NC로 팀을 옮겼고, 포스트시즌 홈런왕으로 불린 최준석 역시 옛 소속팀인 롯데 이적을 선택했다. 세 사람 모두 전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던 이들이었기에 아쉬움을 더했다. 주전 야수들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두산 팬들이 충격에 빠진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올 시즌 FA 시장은 그야말로 ‘이상 징후’ 현상을 보인 바 있다.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없는 액수가 거론되면서 선수들의 ‘눈’도 높아졌고, 이에 따라 두산도 구단 입장에서 냉정하게 시장가를 책정해 놨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FA 시장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거포’로 성장 가능성이 컸던 윤석민을 넥센으로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그와는 정 반대 야구 스타일을 선보이는 장민석(개명 전 이름 : 장기영)을 데려왔다. 이종욱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나름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윤석민이 떠나면서 이제 두산 라인업에서 거포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노장 홍성흔에게 한 가닥 기대를 걸어야 한다. 두산 팬들의 ‘2차 쇼크’는 이렇게 또 지나갔다. 이제 더 이상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 여겨질 즈음, 또 다른 소식이 들려 왔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었다.
전임 김경문 감독의 갑작스러운 자진 사퇴로 시즌 직후 사령탑을 맡게 되었던 김진욱 감독이 3년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상황에서 경질을 당한 것이다. 경질 사유를 떠나 일련의 성과를 낸 수장을 하루아침에 내쳤다는 사실 자체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단기간 내에 좋은 성과를 냈던 임원이 단 한 번의 이사회를 통하여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에 비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외부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두산 구단의 움직임이 그룹사 전체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두산의 이러한 시도는 성공으로 이어질 경우 ‘파격적인 변신이었다.’라는 이야기로 예쁘게 포장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다운 모습’을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사람이 미래다.’라는 자신의 슬로건을 너무 무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지도 재고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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