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가운데,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예비 메이저리그 명단(40인 로스터)’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동산고 졸업 이후 곧바로 미국행을 결정지은 최지만(22). 내년 시즌은 ‘트리플 A’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서 얼마든지 25인 로스터에 들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시애틀은 아메리칸리그 4위에 머물면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만큼,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야구인 2세’ 최지만, 절박함이 그를 살리다!
그가 해외 진출을 선언했던 2009년은 여러 가지로 한국 야구가 ‘과도기’에 놓였을 때였다. ‘1차 우선지명’이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자신의 미래를 놓고 고심하던 이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최지만 외에도 북일고 김동엽, 화순고 신진호, 세광고 김선기, 제물포고 남태혁, 충암고 문찬종, 덕수고 나경민 등이 바로 이 시기에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 중 최지만은 그다지 높은 계약금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애틀은 세금 면제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부여하면서 그에 대한 적지 않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지만이 마이너리그에서 어느 정도 성공 가도를 달린 것에는 ‘뚜렷한 목표 의식’과 ‘절박함’이 있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2009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그는 “롤 모델이나 누구를 닮고 싶은 선수는 특별히 없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고향인 인천에서 열리는 2014아시안게임에서 내심 대표팀으로 선발되고 싶은 욕심을 드러내 보인 바 있다.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그도 ‘야구인 2세’다. 그의 아버지는 인천 지역에서 아마야구 감독으로 유명했던 故 최성수씨다. 그래서 아버지로부터 많은 지도를 받았을 법했지만, 이에 대해 최지만은 “아버지의 제자는 형(전 SK 불펜 포수 최지혁)이었다. 나에게는 야구를 잘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다.”라며 정작 본인은 아버지의 지도를 받지 못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루는 최지만이 아버지에게 “나에게는 왜 야구를 안 가르쳐 주시냐?”라고 물었더니 최 감독은 “너는 내 지도방식과 스타일이 달라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단다. 그때 최지만은 “공부를 하건, 야구를 하건 간에 ‘스승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보다 ‘자기가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며 아버지의 가르침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그는 고교 2학년 때부터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 아버지가 감독 시절에 달았던 등번호 51번을 달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에 다시 만난 그는 ‘최종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감독이 되는 것’ 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뚜렷한 목표를 앞에 두고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시작했고, 그 결실이 4년 만에 ‘예비 메이저리거’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와 함께 동산고 시절에 야구를 했던 투수 김경태(한화)는 올 시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가능성을 선보였고, 내야수 김병희(KT)는 동국대 졸업을 앞두고 KT에 상위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최지만 스스로 “나중에 내가 모교 감독을, (김)병희 형이 타격 코치를, (김)경태가 투수 코치를 맡았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할 만큼 셋은 ‘절친’이다. 국내/외를 걸쳐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유망주들인 만큼, 향후에는 한국 야구를 빛내는 보석이 되어 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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