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오승환 입단, 그리고 한신 타이거즈에 부는 '한류바람'

히야마-가네모토-아라이 등 '한국계 4번 타자'들의 집합소로 유명

2013-11-24 21:34

▲한국계선수들이지나간자리에입단하는'끝판왕'오승환.사진│삼성라이온스
▲한국계선수들이지나간자리에입단하는'끝판왕'오승환.사진│삼성라이온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을 통하여 ‘국민타자’ 이승엽이 일본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오승환까지 한신 타이거즈 입단을 확정했다는 사실은 세삼 일본 프로야구의 ‘한류바람’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준다. 사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선동열, 故 조성민, 이종범, 이상훈 등 ‘일본 진출 2세대’들이 모두 첫 해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장훈, 백인천, 이원국 등 ‘일본 진출 1세대’ 들의 경우와는 분명 달랐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무대에서 검증된 이들이 국제무대에서도 제 모습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국내 무대에서 다수의 ‘스타 플레이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들 외에 또 다른 스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스포츠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한류 바람’이 이제는 야구계에도 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신 타이거즈의 경우 여러 차례 ‘양치기 소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FA로 풀렸던 배영수(삼성)를 데려오려는 시도를 했었고(물론 이는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이번에는 최종적으로 오승환을 영입하면서 파격적인 연봉을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그 ‘한신’에는 대한민국의 색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포착됐다.

‘한국계 4번 타자’들의 집합소, 한신 타이거즈

이는 역대 ‘한신 타이거즈의 4번 타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타자가 한신 타이거즈에서 4번 타순에 들어섰지만, 유독 ‘한국계 선수들’이 많았던 장면은 상당히 인상 깊은 부분이다. 이들 중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1992년 데뷔 이후 줄곧 한신에서만 뛰었던 ‘왕년의 4번 타자’ 히야마 신지로(44)다. 한때 팀이 침체기를 겪고 있었을 때 묵묵히 제 역할을 했던 그는 한신 팬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노장이기도 했다. 한때 130경기에 출장하며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대타의 신’으로 불리며 결정적인 순간에 ‘클러치 히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은퇴를 선언한 올 시즌에는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하여 2점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재일교포 선수들 중에서는 매우 드물게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명은 ‘황진환’이다. 고교 시절, 재일교포 야구단의 일원으로 봉황대기에 참가한 경험도 있다.


히야마 이후 한신의 4번 타자 자리는 ‘철인’ 가네모토 도모아키의 몫이었다. 그는 은퇴 직전까지 꾸준히 한신 라인업에서 제 몫을 다 하면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특히, 1999년 7월 21일부터 2010년 4월 17일까지 1,492경기에 연속 무 교체 출장 기록을 세운 것은 세계에도 유래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전 일본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였다. 은퇴를 선언할 시점에 그는 무려 2,578경기에 출장하여 10,431타석 8,915타수, 2,539안타, 476홈런, 1,521타점을 기록했다(통산 타율 0.285). 그 역시 재일교포로서 한국 이름은 ‘김박성’이다. 히야마와 마찬가지로 재일교포 야구단의 일원으로 봉황대기에 참가했던 기록이 있다. 은퇴 이후 스포츠닛폰 야구 해설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활약했던 ‘아라이 다카히로’ 역시 한신의 중심 타자로 활약했고, 지금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과 같은 장타력은 많이 사라졌지만, 내년이면 서른일곱이 되는 ‘노련함’과 ‘경험’은 한신 타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 오승환과 한솥밥을 먹게 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재일교포 야구단의 일원으로 앞선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봉황대기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명은 ‘박귀홍’이다.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한류’가 불고 있는 한신 타이거즈. 오승환의 입단과 함께 세삼 ‘전직 재일교포 선수’들에 대한 얼굴이 떠오르지만, 사실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국적과 혈통은 크게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오승환이 앞선 세 선배 선수들에 버금가는 ‘꾸준함’을 보여 주어 모범적인 선수로 남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선동열 KIA 감독이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던 것처럼, 오승환 역시 ‘한신의 수호신’으로 거듭나면 그만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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