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도 그럴 것이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하여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될 윤영삼이 이러한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2011 신인지명 회의에서 삼성에 먼저 지명을 받았지만, 그 해 말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하여 NC 유니폼으로 바꿔 입어야 했고, 다시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넥센으로의 이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된 어린 선수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장 혹은 사장단 회의에서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의 세부 지침을 다시 살펴보고, 국내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할 수 있을 줄도 알아야 한다.
‘개성고 김민식’에서 ‘KT의 김주원’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KT는 1라운드 첫 번째 지명권을 ‘SK 좌완투수 김주원’에게 행사했다. 이는 야구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소식을 들은 SK 팬들 역시 ‘김주원이 누구냐’라고 질문할 정도였다. 그러나 ‘개성고를 졸업한 좌완 투수 김민식’이라면 어느 정도 친숙한 이름이었다. 2011 신인지명 회의에서 유창식(한화), 이현호(두산) 등과 함께 ‘고교 좌완투수 3인방’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의 중학 시절 투구를 직접 봤다는 김성근 당시 감독이 김민식에 대한 좋은 기억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그에게는 호재였다. ‘김주원’은 바로 그 김민식이 새로 얻은 이름이었다. 개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구라도 잠시 ‘생소함’을 느꼈을 법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화랑대기 전국 고교야구가 한창이었던 부산의 구덕 야구장이었다. 당시 2학년의 몸으로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던 그는 시속 142~3km의 빠른 볼을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 해에 팀을 화랑대기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에 앞서 그는 광주 무등기 대회에서도 팀 우승을 책임지며, 두 대회 연속 MVP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에서 열린 선수권 대회(황금사자기,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에서는 이렇다 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그랬던 그를 다시 만난 것은 2010년 대통령배 대회에서였다. 3학년 진학과 함께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그는 첫 경기에서 팀 승리를 책임지며 산뜻한 출발을 선보였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서울대회’에서 거두지 못했던 첫 승의 꿈을 3학년에서야 이룬 셈이었다. 당시 그는 “이제 서울에서 우승기를 들어올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이번에도 팀 우승을 이끌지 못했지만, 시속 144km를 넘나드는 속구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SK 입단 이후에는 부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채 퓨쳐스리그와 잔류군을 전전해야 했다. 올해에도 퓨쳐스리그에서 2와 1/3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그만큼 실적이 전무했고,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잠재력은 있어도 부상 경력이 있는 그를 지명할 수 있는 팀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KT는 이러한 가운데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를 지명한 것이다.
KT의 김주원 지명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역시 ‘제2의 이재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상 없이 내년 시즌 퓨쳐스리그에서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는다면, 2015년 KT 1군 마운드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좋은 체격조건(188cm, 90kg)에서 비롯된 ‘좌완 투수의 속구’는 그만큼 신생팀 KT의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KT에는 김주원의 개성고 동문 후배이기도 한 좌완 심재민이 먼저 신인지명회의를 통하여 입단해 있는 상황이다. 두 선수가 예상대로 성장해 준다면, KT는 4~5년 후에 선발 5인 로테이션에서 두 명의 든든한 ‘좌완 파이어볼러’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두 동문 선-후배의 전제 조건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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