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잠실 돔구장 건립,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한반도 기후 특성상 돔구장 건립은 '반드시 필요'

2013-11-21 23:36

▲고척동돔구장의최초조감도.국내기후여건상돔구장은반드시필요하다.사진│서울특별시
▲고척동돔구장의최초조감도.국내기후여건상돔구장은반드시필요하다.사진│서울특별시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최준석의 롯데 이적을 끝으로 프리 에이전트(이하 FA) 시장이 마무리되고, 신생 구단 KT가 장기 해외 원정을 준비하는 등 구단별로 내년 시즌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또 다른 뉴스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특별시가 잠실 종합 운동장 단지에 현재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2020년까지 돔구장을 건설할 수 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은 ‘서울 영동 지역 마이스(MICE) 복합단지 조성계획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계획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삼성동 코엑스에서부터 잠실 주경기장 일대를 하나로 묶어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잠실구장의 돔 구장화’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돔구장 자체를 하나의 ‘종합 문화 센터’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굳이 야구 경기가 아니더라도 강남을 거점으로 한 대형 공연장이 완성될 수 있다는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잠실을 거점으로 ‘제2의 세종문화회관’, ‘제2의 예술의 전당’이 생기는 셈이다. 이를 두고 ‘야구장에서 무슨 K-POP 공연이냐!’라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기도 하다. 1,000억 대의 공사비용에 대비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시공사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문제를 돔구장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복합 문화 단지 조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본 후쿠오카 돔구장이나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 등은 야구를 하지 않는 날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365일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안에서 수익 모델을 찾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양산업’,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러나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돔구장 사업은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잔디 관리다. 돔구장 특성상 햇볕이 통하지 않다 보니 천연 잔디를 쓸 수 없게 되어 인조 잔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설령 천연 잔디를 이용한다 해도 관리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잔디 관리에만 연간 수백만 달러가 소모된다. 이러한 한계점을 인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돔구장을 포기하는 대신, ‘야구장다운 야구장’을 조성하기 위한 ‘볼 파크’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다만, 스폰서의 규모가 클 경우에는 개폐식 구장 건립을 추진하기도 한다. 공사비용은 가장 비싸지만, 야구를 24시간, 365일 즐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돔구장의 공기 저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타고투저 현상도 돔구장이 사라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일본 프로야구를 즐겨 보는 이들이라면 이해가 쉽다. 한때 ‘홈런 열풍’이 불었던 동경 돔에서 많은 홈런이 터져 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웬만한 플라이볼이 홈런이 될 만큼, 돔구장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 필드(고산지대에 위치하여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악명 높은, 타자 친화 구장)’를 연상시킬 정도다. 이러한 한계점이 따르는 만큼, 돔구장 건립보다는 현재 야구장의 리뉴얼을 통한 ‘종합 문화센터’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야구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이 ‘돔구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한반도 고유의 독특한 기후 조건 때문이다. 년 강우량 중 7~8월에 절반이 집중되는 한반도 특성상, ‘장마철’이란 불청객은 분명 야구팬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양화되는 돔구장이 국내에는 오히려 ‘더욱 알맞은 구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한계점이 드러난 돔구장이 우리나라에서도 한계점을 가질 것이다.’라는 것이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돔구장’이라는 것을 사용해 본 나라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돔구장을 사용하지 못한 국내에서는 ‘일단 건립한 이후 사용해 보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단, 한 번 건립했을 때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충분한 수익 구조를 지닐 만큼 완벽하게 지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은 “돔구장이나 경인지역과 대전 중간인 천안에 새로운 구장을 건립하는 문제는 모두 총재가 해결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결국은 한 배를 탄 선장이 직접 키를 잡아야 이에 따른 큰 줄기와 구체적인 행정 문제도 같이 수반되는 법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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