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도 신생 구단 출범과 함께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와 비슷한 형태의 지명회의가 탄생했다. 각 구단 ‘보호선수 40인’ 이외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해당 선수를 반드시 1군으로 써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다. 다만, 원소속 구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유망주들이 타 구단 이적을 계기로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제2의 이재학’, ‘제2의 최동수’ 찾기!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한 채 2군을 전전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줄 만한 베테랑을 선택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실제로 LG는 2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주역이었던 최동수를 지명하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돌아온 노장에게 LG는 화려한 은퇴식으로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2차 드래프트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NC였다. NC는 1라운드에서 ‘2군 홈런왕’ 조평호를 지명한 데 이어 이재학, 오정복, 정성철, 윤영삼 등을 두루 지명하면서 알찬 전력보강을 이루어낸 바 있다. 이 중 이재학은 올 시즌 신인왕에 오르며 ‘토종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바 있고, 조평호 역시 구단 역사상 첫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거포로서의 자질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바 있다. 올해는 또 다른 신생 구단 KT의 2차 드래프트 참가가 큰 변수로 다가오게 됐다. 특히, 올해에는 2년 전보다 많은 인재가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혀 의외의 인물’이 유니폼을 바꿔 입을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1군에서 큰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펴기도 한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팀의 상징으로 남겨 두고는 싶으나, 효율성 측면에서 보호 선수로 묶기에는 아쉬운 경우’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 구단일수록 이러한 베테랑들의 ‘경험’을 높이 살 수 있다.
최근 3~4년간 고교/대학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렇다 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던 선수들도 각 구단의 ‘영입 대상 0순위’로 손꼽을 수 있다. 빠른 볼을 무기로 삼고 있으면서도 1군 진입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군 선수’로 남아 있는 투수나 거포의 자질을 지니고 있어도 1군에만 콜업되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타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재학과 같은 활약은 아니더라도 롯데의 김성배나 삼성의 신용운 정도의 활약만 펼쳐 주어도 ‘월척’을 낚게 되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2차 드래프트’ 역시 메이저리그의 ‘룰5’처럼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자율참여형’인 셈이다. 일례로 넥센은 2차 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선발하지 않았는데, 정작 자신의 소속이었던 네 명의 선수를 타 구단이 지명해도 유연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 대신, 네 선수에 대한 ‘이적료’를 챙기면서 나름대로 실속을 챙겼다. ‘40인 보호선수’ 외에는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과감한 결정이기도 했다. 올해도 그러한 구단이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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