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지난 17일, 자유계약 시장(이하 FA)에서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어울리는 팀이 하나 있었다. 주인공은 올 시즌 9개 구단 체제하에서 ‘첫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는 각 소속팀의 우선 협상이 끝나는 16일이 지나자마자 17일 새벽, FA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정근우와 ‘국가대표 톱타자’ 이용규를 만나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었다. 이에 앞서 한화는 외부 시장에 눈을 돌리기에 앞서 내부 FA 3명을 모두 잡은 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응룡 노(老) 감독도 FA 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애를 썼다. 말 그대로 ‘우리 한화가 달라졌어요.’라는 이야기를 꺼낼 만하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를 2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한화는 국가대표로 자주 선발됐던 두 명의 선수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둘 모두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의 주역들이기도 하다. 발 빠른 두 선수의 합류는 한화의 가장 약점이었던 ‘스피드’ 문제를 해결 시켜 줄 최적의 카드인 셈이다. 누가 1번을 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점, 누가 살아나가도 투수 입장에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한화가 지닌 새로운 무기인 셈이다. 특히, 한화 김응룡 감독은 해태 감독 시절, 발 빠른 선수들의 조합(이순철, 이종범 등)을 바탕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야구라는 것에 ‘객관적인 전력’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지언정 ‘순위 싸움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선수 한, 두 명 보강한 것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당장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도 사실 무리다. FA 선수들로만 야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에서는 부상, 슬럼프, 외부 환경적인 요소들로 인하여 얼마든지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한화가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를 200% 활용하기 위한 주의사항 중 하나를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두 선수가 전 경기를 100% 소화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막상 ‘밥상’을 차려 놔도 이를 적절히 섭취하지 않으면 애써 모셔 온 테이블 세터의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이들 뒤에는 김태균/최진행이라는 두 거포가 버티고 있다. 군 복무 이후 올 시즌부터 복귀한 김태완까지 예전 모습을 회복한다면, 한화의 타선에서 ‘쉬어 갈 만한 자리’는 하나도 없을 수 있다. 실제로 김태균은 중심 타선에 배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출루를 위하여 특유의 ‘장타력’을 반쯤 포기해야 했다. 둘의 합류로 김태균이 제 스윙을 찾는다면, 내년 홈런-타점왕 타이틀 경쟁도 자못 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세 명의 거포’가 정상 가동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만 유효한 이야기다. 사실 KIA 역시 FA를 통하여 이범호/김주찬을 영입하면서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것이 바로 그라운드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상 가동된다면 리그에서 가장 파괴력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지만, 이들의 공백이 발생했을 경우 대체 요원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성적’과 ‘육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는 마운드 사정은 한화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선발과 마무리에서 확실한 카드를 심어 주어야 내년 시즌 한화가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로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에는 그 숫자가 한정되어 있고,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토종 투수’들이 드물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한화는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보강’과 ‘내부 FA 단속’의 1차 목표 달성에 이어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아직 스토브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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