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의식한 듯 삼성도 1차전부터 좋은 경기를 펼치며 산뜻한 출발을 선보였다. 여기에 내부 FA였던 장원삼과 박한이를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류중일 감독도 한결 마음 편히 시리즈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삼성의 ‘1차전 승리’ 소식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일본과 타이완,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의 일면이다. 이 중에는 국제 대회에서 자주 이름이 거론됐던 이들도 있고, 국내리그에서 활약했던, ‘반가운 선수’의 이름도 있었다.
국제대회 단골손님 ‘장타이산’, 옛 삼성맨 ‘마틴 바르가스’
이 중 국내 야구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이는 타이완 퉁이 라이온스에 소속된 ‘노장’ 장타이산(37)이다. 내일 모레면 마흔을 바라보는 그는 올 시즌 타율 0.289로 타점 1위(90개)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꽤 오랜 기간 동안 타이완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한 바 있다. 타이완 리그 최초로 1000타점을 돌파한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 반응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며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그는 1년간 세계대회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정작 자국리그에서는 이렇다 할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한 볼로냐에는 전직 삼성 선수가 여전히 현역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마틴 바르가스(36)가 주인공이다. 루더 해크먼-팀 하리칼라 등과 함께 2005년 삼성 마운드를 이끌었던 그는 당시 26경기에 등판하여 10승 8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하며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그 해 우승 직후 아시아시리즈의 전신이기도 한 ‘코나미 컵’에도 출전하여 계약기간 끝까지 소속팀을 위하여 몸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당시 활약이 재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대만리그를 거쳐 이탈리아 리그와 인연을 맺었고, 2011년에는 산마리노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 리그 우승과 함께 MVP로 선정된 바 있다.
한편, ‘괴물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5)의 아시아시리즈 합류로 관심을 모은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선수단보다 호시노 센이치(66) 감독의 얼굴이 국내 야구팬들에게 가장 익숙하다. 주니치 감독 시절에는 이종범(현 한화 코치)과 이상훈(현 고양 원더스 코치), 두 선수와 한솥밥을 먹었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는 등 일본 내에서 몇 안 되는 ‘국제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인연의 끝은 항상 좋지 않았다. 현역 시절, 부상을 당하여 고군분투하던 이종범을 향하여 ‘선수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 것을 비롯하여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승엽을 향하여 쓴소리를 내뱉는 등 이해하기 힘든 ‘야구 외적’인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2009 WBC에서 일본 대표팀 감독직 제의를 받기도 했으나 스스로 고사의 뜻을 표했다. 그것이 호시노 감독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오랜만에 ‘일본열도’ 밖으로 나왔다. 다나카를 앞세워 제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그가 이번에는 아시아시리즈까지 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그는 올림픽에서 열린 두 번의 한일전에서 모두 역전패를 허용한 장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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