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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後(후)]노장의 귀환, 그에 따른 ‘명암(明暗)’

김응룡-김성근 감독, 프로 내/외적으로 다른 모습 선보여

2013-11-11 00:09

▲올시즌을시작으로현장에복귀한노장김응룡감독.사진│한화이글스
▲올시즌을시작으로현장에복귀한노장김응룡감독.사진│한화이글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2003년 월드시리즈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다윗’ 플로리다 말린스(마이애미 말린스 전신)가 ‘골리앗’ 뉴욕 양키스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단연 관록이 묻어나는 양키스의 우위가 점쳐졌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늘 예외가 발생하는 법이었다.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던 것처럼, 10년 전 열린 월드시리즈의 우승팀 역시 플로리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 팀을 이끌었던 이는 당시 73세였던 잭 맥키언 감독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이 패기 넘기는 ‘아들뻘 지도자’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오를 때 내심 다른 노장들도 현역 복귀의 꿈을 지니기도 했다. 특히, 맥키언 감독보다 한 살이 적은 ‘화이티 허조그’는 그 누구보다도 현역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의 기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맥키언 감독은 이후 두 시즌을 더 지휘한 뒤 현역에서 물러났는데, 이후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1년 6월, 80세가 넘은 잭 맥키언이 다시 플로리다의 ‘감독 대행’으로 현장에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80세가 넘도록 감독 지휘봉을 잡았던 이는 맥키언을 포함하여 코니 맥(은퇴 당시 88세) 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감독뿐이었다. 이 외에도 데이비 존슨 전 워싱턴 네셔널스 감독도 70번째 생일을 그라운드에서 맞았던 이다.

노장의 귀환, 그에 따른 ‘명암(明暗)’

그런데 국내의 경우는 마이애미 말린스나 워싱턴 네셔널스와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특히, 40대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옛 영광’을 차지했던 노장들이 현장에 복귀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화가 한대화 전임 감독의 후임으로 올해 72번째 생일을 맞이한 김응룡 감독을 선택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그만큼 한화로서는 감독과 사장, 그리고 구단 고문으로서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한 김응룡 감독의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물론 감독 한 명만 바꾼다고 해서 한화의 전체적인 성적까지 변화가 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화는 ‘9개 구단 체제로 시작한 첫 해’에 최하위를 차지하는 등 전년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며 지역사회 팬들에게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김응룡 감독의 지도력을 도마 위에 올려놓으며 ‘오랜만에 복귀한 노장’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감독은 절대 안 하겠다.’라던 김응룡 감독이 현장으로 복귀할 결심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이를 아는 이들은 ‘감독 한 명이 구단 성적 자체를 결정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라는 말로 그를 변호하기도 한다.

김응룡 감독이 이렇게 프로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야구 사관학교’격인 고양 원더스에서도 또 다른 노장이 젊은 후배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김성근(71)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원더스를 지도한 이후 많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면서 ‘재활 공장 공장장’으로서의 면모를 프로 외적으로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두 노장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내년 시즌 직후 계약 만료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2년 이후 두 노장을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외에도 김인식(66) KBO 기술위원장 역시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될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는 노장 중 하나다.

60~70대 감독 취임은 여러모로 장/단점이 있다. 30년 이상 지도자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점이 그 하나며, 때로는 ‘옛 야구경험’이 ‘새로운 전술’과 맞지 않아 괴리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하나다. 어쨌든 ‘노장’과 ‘젊은 사령탑’의 만남은 그라운드에 ‘전술의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을 기대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기도 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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