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한 삼성도 상당히 아쉬운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 대패했던 1차전은 뒤로하더라도 아쉽게 패했던 2차전이나 4차전에서는 삼성에게도 분명 기회가 왔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아쉬웠던 순간을 뒤로하더라도 삼성은 이미 시리즈 시작 전부터 늘 안타까워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아예 포함되지 못했던 유격수 김상수(23)의 존재가 바로 그러했다.
삼성의 가정법, ‘김상수가 있었다면?’
김상수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현재 삼성의 타격 부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특히, 5차전 시작 전까지 삼성이 경기당 냈던 점수는 고작 1.75점에 불과했다. 삼성의 야구 팬들이 ‘김상수만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세우는 것도 그래서 무리는 아니었다. 그를 대신하여 정병곤(25)이 유격수 자리를 메워 주고 있지만, 공격적인 측면까지 김상수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인 정현은 올해 겨우 8경기에 나섰을 뿐이었다.
올 시즌 내내 공-수-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김상수는 3할에 가까운 타율(0.298)을 선보이며 111안타 44타점, 14도루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만 봐도 김상수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부상 없이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마운드가 삼성의 테이블 세터진을 가벼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김상수와 관련하여 누구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꺼낸 이가 바로 이선희 현 한화 코치다. 삼성 스카우트 시절, 그를 선발하는 데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 코치는 “2009년 신인 1차 지명에서 (김)상수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라며 내심 만족해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내가 많은 선수를 지켜봤지만, (김)상수 이후로 그만한 유격수 자원을 본 일이 없다.”라며 그의 대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코치의 예언대로 그는 어린 나이에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며 현 시점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해 가고 있다.
만약에 그의 몸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전담포수’를 겨냥하여 포수 엔트리를 세 명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었다면, 정병곤이나 정현 중 한 명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제3의 인물’이 한국시리즈를 현장에서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현실에서 전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가정법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에 삼성이 홈구장에서 원정 구단의 우승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앞서 언급한 가정들에 대한 생각으로 회한을 남긴 채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삼성 라인업에 ‘제2의 김상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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