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LG의 패배는 경기 전부터 예상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공격력 강화 차원에서 베테랑 정성훈을 3루 수비에서 제외하고 핫코너에 김용의를, 1루수에 이병규(등번호 7번)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단기전 승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일종의 ‘변칙 작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조합은 ‘최악의 한 수’가 되고 말았다.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이들이 내야를 책임지고 있었던 만큼 수비 안정화는 기대할 수 없었고, 이는 ‘불필요한 실점’이라는 결과로 연결됐다. 다행히 타선의 도움으로 9회까지 4-5로 추격했지만, 이번에는 두산의 탄탄한 외야 수비를 지나치게 간과했다. 이대형, 문선재가 모두 홈에서 아웃되면서 ‘home, sweet home’이라는 말은 결국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경기 내내 보여 왔던 두산 외야 수비의 견고함을 생각했다면, 홈에서의 주루사 두 개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했던 문제였다.
LG의 선택, 이제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할 때
올 시즌 LG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2008년 롯데가 오랜 기간 암흑기를 깨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전례를 이야기하곤 한다. 일명 ‘로이스터 매직’앞에 부산 야구팬들은 시즌 내내 사직구장을 거의 만원으로 만들었고, 선수들 역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정규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삼성에 거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2연패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그만큼 오랜 기간 큰 경기 경험을 갖지 못했다는 아킬레스건은 부메랑이 되어 롯데를 겨냥했던 셈이었다.
이번 PO에 임한 LG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세 경기 내내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베테랑도 수비 실수를 범하는 등 정규시즌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상대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벤치에서 성급하게 주루 사인을 냈던 점도 생각을 해 봐야 한다. 결국, 한 팀이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포스트시즌 진출 경험은 크게 의미가 없다. 메이저리그의 애틀란타 브레이브가 네셔널리그 동부지구의 터줏대감이 되었던 것처럼, 단기전에서는 ‘팀 단위’의 큰 경기 경험도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셈이다. 최근 5년간 큰 경기 경험이 많았던 두산 선수들은 그래서 감독의 작전이나 지시가 없어도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그런 점에 있어서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LG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4차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LG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선발로 예고된 우규민 역시 퓨쳐스리그를 제외하면 큰 경기 경험이 없고, 두산의 선발로 예고된 유희관은 LG 좌타라인을 요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다. 때에 따라서는 PO 탈락 이후 내년 시즌 운용과 마무리 훈련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할 수 있다. 4차전 키워드 역시 ‘수비’와 ‘홈 플레이트’에 있다. 수비 실수가 없을수록, 그리고 홈 플레이트가 가까워질수록 승리에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home, sweet home’의 기분을 가장 많이 만끽한 쪽은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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