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PO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어느 팀이 먼저 실수를 하느냐?’에 있었다. 먼저, 실수를 하면 그것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선제 실점은 곧 패배의 확률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두 개의 결정적인 실책과 포구에서 ‘보이지 않는 실수’를 한 LG는 졌고, 두산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1차전 두산 승리를 예감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국시리즈 직행 탄탄대로’ 두산 vs ‘11년 만의 첫 승 시급’ LG
프로가 프로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의 실수를 틈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전까지 실수한 부분이 있어도 이를 훌훌 털고 다시 제 모습을 갖추는 모습 또한 감안해야 한다. 두산이 PO 1차전에서 ‘프로답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양자를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었다. 준 PO에서 다소 맥이 빠지는 경기 내용을 보여 주었던 그 두산이 맞나 싶을 만큼, PO 1차전에서 두산은 나무랄 데 없는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이 정도 기세대로라면, 체력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신력, 그리고 경기 운영 능력에서 누가 우위를 보이는지에 대한 문제가 관건일 뿐이다.
사실 LG로서는 11년 만의 가을잔치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LG는 LG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을지 모른다. LG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2002년 멤버들 중 일부가 여전히 현역 생활을 하고 있으며(이병규, 박용택, 이동현 등), FA나 트레이드의 형식을 빌어 LG 유니폼을 입은 이들 중에도 큰 무대를 경험한 이들이 있기 때문(현재윤, 손주인, 이진영 등)이다. 김기태 감독이나 조계현 수석코치 등도 현역 시절에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사실이 있으며, 해외 연수 등을 통하여 지도자로서 ‘큰 무대’에 대한 간접 경험을 느낀 사실도 있을 것이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개개인의 면모만 보면 ‘경험’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LG가 가장 크게 간과한 부분이 있다. 선수 개인의 ‘가을잔치 경험’은 적지 않을 수 있지만, ‘하나의 팀’으로서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경험적인 요소들이 적은 이들과 많은 이들이 한 데 섞여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비로소 하나의 ‘팀’이 완성되지만, 적어도 PO 1차전에서 LG는 그러지 못했다.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오랜만에 맞이했던 2008년 가을 시즌에 3연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던 롯데의 사례를 너무 가볍게 본 것도 실수라면 실수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 LG에게 중요한 것은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가 아니다. ‘11년 만의 가을잔치 첫 승’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의외로 싱겁게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PO 2차전의 관전 포인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기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인 안정을 빨리 이뤄내는 팀이 승리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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