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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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더비 첫 맞대결’, 1993년 준 PO의 추억

LG는 '승리', 두산은 '커튼 콜' 선물 받아

2013-10-16 02:46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결국 ‘한 지붕 두 가족’의 대결이 됐다.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이하 PO)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13년 전 양대리그전으로 진행됐던 당시 포스트시즌에서 만났던 양 팀은 ‘드림리그 대표(두산)’와 ‘매직리그 대표(LG)’로 만나 자존심 대결을 펼친 바 있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잠실 라이벌전’에 팬들도 ‘1차전 매진 사례’로 보답했다. 남은 것은 양 팀이 잠실야구장을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만드는 일뿐이다.

그런데 양 팀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2000년이 처음은 아니었다. 1993년과 1998년 등 두 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른바 ‘덕아웃 시리즈’를 펼친 바 있다. 그리고 앞선 두 번의 대결에서는 2000년과 달리 LG가 모두 승리하여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지금은 1990년대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서울 라이벌답게 치열한 열전이 펼쳐졌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잠실 더비 첫 맞대결’, 1993년 준 PO의 추억

이 중 1993년 준 PO는 양 팀의 ‘올드 팬’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이 남아 있는 가을잔치이기도 했다. 승리한 LG는 1990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오랜만에 가을잔치 무대에서 선전을 바랄 수 있었고, 패한 두산(당시 팀명은 OB 베어스)은 두산대로 감동 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선진 야구문화’가 이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20년 전, 서울 사나이들의 맞대결은 그만큼 선수나 팬들에게 모두 특별했다.

당시 1차전을 먼저 가져갔던 것은 LG였다. LG는 1회 말 수비서 먼저 한 점을 내어주며 불안한 출발을 선보였지만, 4회 초 반격서 두 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양 팀이 낸 3점으로 승부는 마감됐다. 당시 LG 마운드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김태원과 마무리 투수로 항상 제자리를 지켰던 ‘노송’ 김용수가 1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셈이다. 말 그대로 ‘지키는 야구’의 승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키는 야구’라면 두산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시 두산 마운드에는 신인 김경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단하자마자 선발과 중간, 그리고 마무리를 오가며 종횡무진했던 김경원은 그 해에만 9승 3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1.11을 마크하며, 두산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로 자리 잡았을 때였다. 그 김경원을 앞세운 두산은 2차전에서 LG를 1-0으로 침몰시키며, 시리즈를 기어이 원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승리 투수의 몫은 당연히 신인 김경원의 몫이었다.


1승 1패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상태에서 만난 준 PO 3차전은 그래서 ‘총력전’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먼저 기선을 제압한 것은 두산이었다. 3회 선취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5회에도 김상호의 홈런으로 추가득점에 성공하며 2-1의 리드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기 후반부에 가장 믿음직한 카드 김경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전날까지 2득점에 그쳤던 LG 타선은 김경원을 맞이하여 적시타를 뽑아내는 등 ‘의외의 선전’을 펼치며 대거 4점을 추가했다. 김경원을 마지막 보루로 생각했던 두산은 이후 이렇다 할 추가득점을 내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고, LG는 1차전에 이어 또 다시 김태원이 승리투수로 기록되며 PO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시리즈는 여기서 끝난 것으로 기억하기 쉽다. 그러나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역전 득점을 허용한 이후 귀가 준비를 하고 있던 김경원에게 두산 홍보팀 직원이 그를 찾았다. ‘그라운드가 난리 났으니 빨라 나가보라.’라며 다짜고짜 김경원을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들인 것. 영문을 모른 채 그라운드에 나타난 김경원 앞에 두산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의 이름을 불러줬다. 이른바 ‘커튼 콜(Curtain-call : 경기가 끝난 후 선수가 관객의 환호에 답하며 다시 그라운드로 나오는 것을 지칭)’을 받은 셈이었다. 패전 투수로 기록되어 면목이 없을 법했지만, 두산 팬들은 준 PO 세 경기 내내 모두 등판한 그의 공을 잊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김경원 현 두산 코치는 “그 순간만큼은 처음 마운드에 올랐을 때보다 떨렸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아 본 커튼-콜을, 그것도 큰 경기장에서 받아 보았기에 감격스럽고 또 기뻤다.”라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것이 벌써 20년 전의 추억이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당시 상황이 지금과 많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20년 전 준 PO의 승자가 PO에서 삼성을 만났던 것처럼, 이번에는 PO의 승자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만나게 된다. 이는 양 팀이 두 번째 가을 맞대결을 펼쳤던 1998년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20년 전의 추억을 잠시 뒤로하고 다시 맞대결을 펼치는 양 팀이 이번에는 어떠한 결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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