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맥 빠진 준 PO, 정규시즌이야 포스트시즌이야?

현장 분위기는 '정규시즌의 또 다른 연장선'

2013-10-13 11:32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결국 갈 때까지 갔다. 지난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이하 준 PO)에서 두산이 최재훈의 ‘깜짝 투런포’를 앞세워 2-1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목동 원정경기에서 먼저 2승을 빼앗긴 채 맞이한 홈경기가 부담스러울 만했지만,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가득했던 팀은 두산쪽이었다. 이로써 두산은 롯데와의 준 PO에서 먼저 두 경기를 내어주고도 3연승했던 지난 2010년 시즌을 재현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잠실에서 열린 두 번의 경기에서 끝내 만원 관중에는 실패했다는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재창단과 연고지 이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풀어야 했던 넥센의 팬층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포스트시즌 전체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때로는 ‘현장 분위기’가 PS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화끈한 타격전의 실종과 보이지 않는 실수가 자주 일어났다는 점,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 등이 준 PO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양 팀 팬들만이 아닌, 야구를 즐기는 팬들도 한꺼번에 야구장을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기 내용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현장의 분위기는 ‘정말 포스트시즌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만원이 되지 않은 관중석 때문은 아니다. 때로는 현장에서 직접 분위기를 경험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경기 내용이나 관중 동원, 그리고 벤치의 작전과 방송 중계 분위기 등 경기 내/외적으로 살펴 보았을 때 ‘과연 정규시즌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가령 선발 투수가 임시로 구원 등판하는 것으로 포스트시즌의 분위기를 낼 수 있겠지만, 사실 이는 정규시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시즌 막판에는 전 구단이 이와 똑같은 작전을 펼치면서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목동 2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만원 관중에 실패하면서 흔히 거론되는 ‘폭발적인 응원 분위기’가 형성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사실 정규 시즌에서도 잠실 경기가 열리는 주말 경기가 전부 매진이 됐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다시 살아난 메이저리그 열풍’으로 국내 야구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빅 볼(Big Ball)’을 추구하는 메이저리그의 화끈한 야구 스타일, 포스트시즌 만원 관중에 성공하는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변칙적인 작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감안해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매력에 빠진 이들이 국내 야구를 보면, 다소 싱겁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그때와는 또 다르다. 당시에는 메이저리그가 사실상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되어 ‘붐’이 일어났던 시기였으며, 이후에도 추신수 등의 활약으로 꾸준히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류현진에 의한 제2의 메이저리그 붐’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국내 야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제 오는 14일이면 준 PO가 마감된다. 앞으로 남은 경기 숫자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PO와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LG와 삼성이 더 많은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규시즌과 가을잔치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느냐?’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때는 정말 심각하게 ‘프로야구의 질적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시즌 이후 논의가 될 ‘외국인 보유 한도 3명으로 늘리기’ 규정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거론되는 일종의 자구책일 수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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