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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PO] 두산과 넥센, 3연속 끝내기 승리의 '명암'

고교야구 수준이라고? ‘고교야구도 이 정도는 아니다!’

2013-10-12 00:33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한 차례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체를 판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에 따라서는 한쪽에 치우쳐져 전체를 못 본다는 오류에 빠질 수 있지만, 사물을 제대로 통찰할 줄 아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한 번 보고도 큰 틀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즉, 직관력이 높은 이들은 사물이나 사건의 일면만 보고도 충분히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이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직관력은 경험의 누적을 통하여 형성된다. 그래서 수년간 야구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직관력’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메이저리그를 통하여 미국의 호쾌한 야구를 직/간접적으로 접한 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 국제무대에서 보여 준 국가대표팀의 활약상 등을 종합해 보면, 야구를 보는 일반 팬들의 시각은 절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팬들의 시각이 높아진 만큼 프로야구 수준까지 높아졌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록에 남는 실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선수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이나 기본적인 플레이는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이번 준 플레이오프(이하 준 PO) 세 차례 경기에서 고스란히 증명됐다.

고교야구 보는 것 같다? ‘고교야구도 이 정도는 아니다!’

우연한 일치일지는 모르겠으나, 세 차례 준 PO 모두 ‘끝내기 승리’로 마감됐다. 이 점만 놓고 보면 팽팽한 명승부 끝에 경기가 끝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내용 전체가 훌륭했던 것은 아니었다. 1차전은 두산이 주자를 내보내고도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치는 장면이 많이 연출됐고, 넥센 역시 마무리 손승락이 9회 2사까지 잡아 놓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경기를 끝내려다 동점타를 맞기도 했다. 2차전은 경기 후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되는 등 가을잔치에 걸맞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으나 막판에 양 팀 모두 삐끗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홍상삼은 ‘폭투 3개’로 내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고, 넥센 손승락은 베테랑답지 않게 수비 에러를 범하며 무실점의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9회 말 넥센 공격에서 나타난 양 팀 선수들의 경기 내용은 더욱 좋지 않았다. 두산은 마무리 투수 투입 시기를 놓치면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최악의 한 수를 뒀고, 넥센 역시 정규 이닝에서 경기를 끝낼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결국, 양 팀의 승부는 연장에서 무명 김지수의 끝내기 결승타로 어렵게 마감됐지만, ‘포스트시즌에 걸맞지 않은 경기 내용’에 많은 이들이 실망을 표한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이쯤 되면 3차전은 포스트시즌 격에 맞는 경기 내용이 전개된다는 기대감을 가질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1, 2차전은 아직 초반이었던 만큼 장소를 옮긴 3차전부터는 무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물론, 홈런 세 방이 터지면서 7회까지 3-3 접전이 이어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양 팀은 8회부터 13회까지 단 한 점도 내지 못하며 답답한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고도 주루 미스 등으로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한 장면은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 만약에 두산이 14회 말 공격에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김영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면, 3차전은 그대로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다. 이 날 경기서 양 팀은 무려 11명의 투수(넥센 7명, 두산 4명)를 투입하며 소모전을 펼쳤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고교야구를 보는 것 같다.’라는 비아냥을 쏟아내곤 했다. 일부 어린 선수들의 경우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 나머지,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부담감이 실수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고교야구 선수들도 사실 전국무대 결승전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이와 같은 실수는 거의 하지 않는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인지, 어느 때에는 프로 선수 못지않은 경기 내용을 선보이며 야구장을 찾은 뭇 야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상황이 어찌되었건 간에 포스트시즌 경기 내용이 고교야구에 비견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프로야구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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