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써 넥센은 정규시즌 2위, 리그 3위를 차지했던 2006년 이후 7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루 휴식 후 잠실 2연전에서 한 경기만 잡게 된다면, 마음 편히 LG와의 ‘포스트시즌 엘넥 클라시코’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준 PO 2차전, ‘세밀한 플레이’에서 승패 갈렸다!
사실 준 PO 2차전의 승패는 ‘작은 플레이’ 하나에서 판가름났다. 그리고 이는 ‘세부 전술’을 세우는 과정에서 두산이 범한 ‘순간의 방심’ 때문이기도 했다. 상황은 8회 말 넥센 공격에서 드러났다. 서건창의 볼넷과 서동욱의 희생 번트로 만든 2사 2루 상황에서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홍상삼-양의지 베터리는 장타를 의식한 듯 고의 볼넷을 선택했다. 그러나 홍상삼이 던진 초구가 그대로 포수 양의지의 키를 넘겼고, 이를 틈타 서건창은 3루로 질주했다. 그런데 다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은 바로 다음에 펼쳐졌다. 고의 볼넷으로 박병호를 내보낼 것 같았던 두산의 베터리가 다시 정면 승부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홍상삼은 이 과정에서 또 다시 폭투를 범했고, 그 사이에 서건창이 홈을 밟으면서 너무 쉽게 동점이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박병호를 내보낼 계산이었다면, 서건창이 2루 혹은 3루에 있었을 때 진작 내보냈어야 했다. 두산의 베터리들이 조금만 침착했다면, 충분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다시 9회 초에 마무리 손승락을 두드리며, 추가점을 내는 데 성공했다. 넥센의 9회 말 공격이 하위 타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일찌감치 마무리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선택은 8회에 올라온 홍상삼이었다. 그리고 그는 첫 타자 김민성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다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유한준에게 안타를 맞은 정재훈이 강판당하면서 두산은 ‘밀어내기 볼넷’이라는 최악의 한 수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김지수의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로 이어지게 됐다. 결국, 두산 스스로 ‘세밀한 플레이’에서 약점을 보이며, 내어주지 말아야 할 점수를 헌납했다는 점이 2차전 준 PO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넥센 역시 이러한 ‘세밀한 플레이’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특히, 9회 말 1사 만루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서동욱이 ‘스퀴즈 번트’를 실패하는 장면은 더욱 그러했다. 염경엽 감독의 허를 찌르는 작전은 좋았지만, 이를 시행한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소 아쉬웠다. 또한, 9회 초 수비서 손승락이 베테랑답지 않은 수비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무사 2루서 정수빈의 번트 타구를 침착하게만 처리했다면, 후속 타자들의 타구를 감안해 보았을 때 충분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할 수 있었다. 향후 열릴 준 PO 3차전의 향방도 이제는 ‘작전’ 보다는 큰 경기에서 냉철함을 잃지 않는 팀의 ‘세부적인 플레이’에서 승패가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바꿔 표현하자면, ‘실수를 적게 하는 팀’의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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