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날 경기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양 팀 사령탑의 지략대결이었다. 두 사령탑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되뇌어 보았을 때 누가 더 냉정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하느냐가 포인트였다. 9회까지 양 팀 사령탑의 지략 대결은 ‘무승부’로 끝나는 듯싶었다. 한 타이밍 빨리 투수 교체를 지시한 염경엽 감독,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김진욱 감독 모두 나무랄 데 없는 경기 운영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9회 말 1사 2루 상황에서 김진욱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살짝 늦었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팀의 패배로 이어지게 됐다. 투수교체 타이밍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승패만 놓고 본다면 지략 대결에서는 ‘제갈량’ 염경엽 감독의 판정승이였던 셈이다.
준 PO 2차전, ‘좌완 선발 맞대결’을 극복하라!
이렇게 여운이 남았던 준 PO 1차전은 사실 ‘우완 외국인 투수 맞대결’에서 누가 기선을 제압하느냐 역시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넥센 타선이 1회부터 두산 니퍼트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여 2점을 선취한 것도 기선제압에서 승리한 결과였다. 그런데 2차전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1차전과는 달리, 좌완 투수들이 선발로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넥센은 예상대로 외국인 좌완투수 앤디 밴 헤켄을 선발로 내세웠다. 나이트와 함께 1년 내내 넥센 마운드를 이끌어 온 ‘대들보’ 헤켄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선발 기용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좌완의 팀 웨이크필드’, 유희관 카드를 꺼내들었다. 팀 내에서 노경은 다음으로 긴 이닝을 소화했던 그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면, 이 역시 상식적인 투수 기용이라 볼 수 있다.
둘 모두 한국 무대에서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로 앞선 두 명의 외국인 우완 투수들의 맞대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양 팀 사령탑이 ‘선발 투수 조기 강판’의 경우를 염두에 둔 투수 운용까지 생각해야 한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이 크게 의미가 없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롱 릴리프 요원으로 누구를 먼저 꺼내들지 미리 구상을 해 놓고, 이를 먼저 실행으로 옮기는 팀이 마운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이 1차전에서 아무 망설임 없이 한 타이밍 빨리 투수교체를 지시한 것과 같은 배경이라 볼 수 있다.
반면 타선에서는 ‘키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올 시즌 후반부에서부터 부쩍 힘을 낸 두산의 이원석과 정수빈 듀오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둘을 중심 타선에 배치하는 것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이에 맞서는 넥센은 ‘오른손의 베리 본즈’로 거듭난 박병호의 대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넥센 타자들 중 가장 무서운 이로 손꼽힌다. 여기에 1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이택근도 이를 발판 삼아 얼마든지 제 몫을 다 할 수 있다. 또한, 넥센 타자들 중 유일하게 멀티 히트 경기를 펼친 톱타자 서건창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첫 경기의 주인공들이 그대로 2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무안타 경기’로 체면을 구긴 김현수(두산)와 강정호(넥센)가 언제 터질지 지켜보는 것도 준 PO 2차전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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