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사실 이는 크게 부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발렌틴을 제외한 선수들 중 30홈런을 넘긴 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합쳐 토니 블랑코(요코하마)비롯하여 포수 아베(요미우리) 정도가 홈런 30개를 넘겼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국인 선수 둘을 제외하면 30홈런을 기록한 이가 아베 정도밖에 없다. 이는 국내와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병호(넥센)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정복하며, 2년 연속 ‘홈런왕-MVP’를 예약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포스트 이승엽’ 박병호, 남은 것은 ‘태극 마크’
박병호의 선전이 반가운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승엽-이대호-김태균 이후 끊어질 것 같았던 홈런왕 계보가 박병호로 이어졌다는 점, 두 번째는 지난해 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스물일곱에 불과한 박병호의 현재 나이를 감안한다면, 당분간 ‘홈런왕’ 타이틀은 장기 집권으로 갈 공산이 크다.
더 고무적인 것은 박병호가 MVP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록한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홈런 개수는 이미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타율 역시 생애 처음으로 3할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3타점만 추가하면, 개인 통산 최고 타점 기록도 경신하게 된다. 삼진 숫자가 줄면서 사사구 숫자가 늘어났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 딱 하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태극 마크’다. 특히, MVP를 차지했던 지난해에는 201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대표팀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포지션에 김태균(한화), 이승엽(삼성) 등이 버티고 있어 ‘경험적인 측면’에서 박병호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타였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선수 기용은 조별 예선 탈락으로 이어지면서 실패로 끝이 났다.
물론 프로 입문 전으로 눈을 돌려 보면, 그도 태극 마크를 달았던 경험이 있었다. 200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으로 선발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와 함께 대표팀에 선발됐던 이가 최정, 이재원(이상 SK), 한기주(KIA), 이왕기(롯데), 정의윤(LG), 강정호(넥센)였다. 이 중 최정과 강정호는 2009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방(인천)에서 열리는 2014아시안게임이 기다려지는 것도 박병호의 선전과 무관하지 않다. 프로 입문 이후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를 맞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가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으로 선발된다면, 청소년 대표팀으로 뽑힌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태극 마크를 달게 되는 셈이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