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신인지명 회의를 끝으로 각 구단은 1차 전력보강을 마친다. 나머지는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이들을 육성하는 일과 군 전역 선수들의 합류다. 이들 중 한, 두 명의 선수만 두각을 나타내도 기존 1군 선수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력 보강이 여기에서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형태로 ‘정식 선수’들로 등록된 이들 외에 또 다른 존재가 퓨쳐스리그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선수’의 존재가 바로 그러하다.
‘야구에서 절박함을 얻다.’, 2014 신고선수 이야기
신고선수. 사전적으로는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에 등록되지 못하고 선수로 신고만 되어 있는 선수’로 정의된다. 다소 특이한 개념일 수 있지만,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연습생’ 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400만 원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KBO에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퓨쳐스리그에서만 경기를 한다. 물론 일부 구단에서는 약간의 격려금과 함께 최저 연봉을 그대로 보장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행복해 한다. 그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야구를 그만두는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수들 가운데, 정식 선수로 등록되어 1군 무대에서 요긴한 활약을 펼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밑바닥에서 ‘야구에 대한 절박함’을 배웠기 때문이다.
오는 2014년에도 새로이 ‘신고선수’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이들이 있다. 주로 대학 졸업 예정자들 중에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인재들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들이 지명받지 못했던 것도 딱히 야구에 대한 재능이 기존 지명자들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다. 정식으로 지명할 수 있는 선수의 ‘절대 숫자’가 정해져 있다는 데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각 구단 육성팀에서 신고 선수를 추가로 영입하기 위해 또 다시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러한 가운데, 4년 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조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국가대표 멤버 중 ‘고려대 듀오’가 신고선수로 영입된 장면이 눈에 띈다. 외야수 김경도(한화 합류 예정)와 내야수 최현철(KT 합류 예정)이 그 주인공. 둘은 아시아 청소년 대회 이후 대학에 입학하여 저학년 때부터 팀의 중심 타선을 맡았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이들을 포함하여 2009 청룡기 고교야구 MVP 투수 박주환과 상원고교에서 4번 타순을 책임졌던 내야수 황석호도 KT의 부름을 받아 뒤늦게 프로행을 신고했다. 4년 전 고교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유독 고려대학교 입학을 많이 선택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들을 포함하여 다수의 4학년이 신고 선수로나마 프로행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한, 양승관 NC 2군 타격코치의 아들인 인하대 양원혁도 LG의 부름을 받았다. 아버지 양승관이 선수 시절의 마지막을 LG에서 보낸 것과 대조적으로 아들 양원혁은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으로 프로 데뷔전을 갖게 됐다. 또한, 외야 자원 중 하위 순번으로나마 프로 입단이 기대됐던 경희대 김재곤도 KT행을 결정했다. 서울고 시절부터 ‘재간둥이 1번 타자감’으로 호평을 받아 ‘제2의 김선빈’이라는 호칭까지 받았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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