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지난 주말 이틀간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대결은 조금 달랐다. 선두 자리를 놓고 양 팀이 치열한 열전을 펼친 끝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었다. 또한, 2연전 마지막 경기는 한 점 차이의 짜릿한 승부로 마감될 만큼 좋은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있었던’ 셈이다.
상처만 남긴 LG와 삼성의 ‘선두싸움’
그러나 ‘소문난 잔치’ 속에 만들어진 화젯거리의 속성이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말 그대로 ‘잔칫상’에 재를 뿌린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일’은 엉뚱하게도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났다. 전날까지 2위로 처진 삼성이 배영수의 호투를 앞세워 LG에 7-2로 승리하면서 다시 선두를 탈환한 직후였다. 이 경기에서 승리 투수로 기록된 삼성 배영수는 구단 버스로 이동하던 도중 LG 팬에게 뒤통수를 맞으며 ‘봉변’을 당했다. 아무 잘못 없이 폭행을 당한 배영수는 다음날 그라운드에 등장하여 억울한 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 직후라 해도 이는 엄연한 ‘범죄 행위’였다. 더 큰 문제는 프로야구단이 운영하는 야구장 밖에서 선수 보호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는 데에 있다. 특히, 선두권 싸움을 치열하게 진행되는 두 구단 간의 대결에서 응원전이 과열 양상을 띠게 될 경우의 수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 부분은 홈팀 프런트에서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양 팀 간 발생한 첫 번째 상처였다.
보통 이러한 경우 홈팀의 사과와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만 이루어지면 어느 정도 마무리할 수 있다. 아니다 싶으면 원정팀에서 홈팀에 정식으로 항의함으로써 ‘공식 사과’를 받아낼 수 있다. 그것이 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 다시 ‘일’이 났다. 이번에는 그라운드 안이었다. 다승 공동선두에 올랐다는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봉변을 당했던 배영수의 상처가 아물기 이전이기도 했다.
8일, 2연전 마지막 경기는 시종일관 LG의 우세였다. 선발 포수로 등장한 윤요섭이 결정적인 순간에 도루를 저지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은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선발로 나선 리즈 역시 6이닝 3피안타 1실점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경기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6회 초 수비서 선두 타자로 나온 배영섭에게 리즈가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나타났다. 그것도 빠른 속구가 배영섭의 헬멧을 강타하면서 급기야 구급차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즈는 후속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과정에서 ‘과도한 세레머니’로 삼성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게 해도 별일 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원정 팬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야구장에서 적어도 리즈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는 기쁨’보다 동업자 정신에 입각하여 조용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뒤늦게나마 ‘배영섭에게 미안하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긴 했으나, 삼성 팬들은 이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2연전 ‘잔칫상’의 중심에는 본의건 아니건 간에 LG가 자리 잡고 있었다. 2002년 이후 오랜만에 가을잔치에 진출하고자 하는 LG로서는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욱더 야구 외적으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좋은 성적이 수반되어도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남에게 박수받을 줄 아는 팀’이 진짜 명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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