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시작부터 매우 파격적이었다. 2차 1번 지명권이 있었던 NC 다이노스가 서울고 투수 배재환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배재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학년의 몸으로 150km에 가까운 속구를 던졌던 ‘우량주’였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지난달 수술대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부상당한 선수에 대한 재활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NC가 “배재환”의 이름을 호명할 때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동수 스카우트 팀장은 “체격 조건이나 잠재력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최대어 아니었는가. 구속만 회복하면 잘해 줄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년 장사 정영일의 ‘SK 와이번스 정착기’
이후 각 팀은 4라운드까지 각자 마음에 둔 선수들을 호명하며,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뽑아갔다.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지명회의 현장에 참가한 ‘일반 야구팬’들도 진심 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성원을 보내기도 했다.
4라운드를 넘어 5라운드에 다다르자 각 팀은 간혹 ‘타임’을 부르며 지명 선수에 대해 고심하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SK 와이번스는 또 다시 장내를 술렁이게 하는 선택으로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SK 스카우트 팀이 “진흥고-前 LA 에인절스 투수 정영일을 지명합니다.”라고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영일을 지명하기 위해서는 재활과 군 문제 해결 등 범 구단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어느 정도 ‘모험’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SK 허정욱 스카우트 역시 “모험이었다.”라는 말로 이를 인정하면서도 정영일의 지명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4라운드 이후 지명권을 행사할 생각이었다. 다만, 어느 때 호명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5라운드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바로 지명권을 행사했다.”라는 말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현재 나온 투수들 중 구위만 괜찮다면, (정영일이) 가장 즉시 전력감 아닌가. 청룡기 결승전을 포함하여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등 달고 쓴 경험을 많이 했다.”라며 믿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다만, 군 문제의 경우 정영일 본인과 상의하여 올해 빨리 다녀오게 해야 할지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정영일은 ‘백만 달러의 사나이’로 유명한 이다. 2006년 청룡기 결승전에서 16이닝 동안 222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완투 패’를 당한 모습은 여전히 많은 야구팬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LA 에인절스가 그에게 계약금 100만 달러를 얹어 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당시 혹사로 인하여 미국으로 넘어간 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한 명밖에 없었던 것도 정영일 본인에게는 결국 악재였다. 결국, 그를 기다려주지 못했던 LA 에인절스도 그를 방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영일은 고양 원더스를 시작으로 일본 독립리그 등지를 전전하며 다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그는 ‘프로가 원하는 선수다.’라는 평가를 받기 이르다. 당장 1군 무대에 올라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오랜 기간을 거쳐 다시 국내로 영구 귀국을 선택한 만큼, 언젠가 동생 정형식(삼성)과의 맞대결로 또 다른 화젯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한때 라이벌이기도 했던 김광현과의 자존심 대결도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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