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중 두산과 넥센은 7명의 고졸 선수와 3명의 대졸 선수를 뽑는 등 다소 비슷한 형태로 지명권을 행사했다. 리그 4위권을 유지하기 위한 양 팀의 닮은꼴이 신인지명회의에서도 재현된 셈이었다. 그러나 양 팀의 공통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독 ‘프로선수 2세’들과 인연이 많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 중 두산은 연세대 내야수 이성곤과 원광대 내야수 문진제, 광주일고 투수 문지훈을 선택했다.
‘아기 곰’이 된 프로선수 2세 이야기
사실 이는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프로선수 2세’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두 명의 아들(LG 유원상, 두산 유민상)과 조카(LG 유재상)의 프로행을 지켜 본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가족은 상당히 유명하다. 또한, 매년 ‘프로선수 2세’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 신인지명 회의에 참가하는데, 선택될 확률 또한 꽤 높은 편이다.
두산의 선택을 받은 연세대 내야수 이성곤의 아버지는 이순철 현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다. 4년 전에는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된 경험도 있다. 경기고 재학 시절에도 방망이 중심에 맞추는 능력이 빼어나 2010 신인지명 회의에서도 한화에 10라운드 지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대학행을 선택한 이후 타격 실력이 꽤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 시즌에는 '2013 회장기 전국대학야구'에서 타율 0.600(30타수18안타)을 마크하면서 타격상을 받기도 했다.
원광대 내야수 문진제는 소문난 ‘야구 가족’이다. 그의 형은 올해부터 LG의 신바람을 일으키는 데 앞장선 내야수 문선재다. 또한, 두 선수의 아버지는 현재 KIA의 원정 기록원으로 일하고 있는 문성록씨며, KBO 문승훈 심판의 조카이기도 하다. 둘 다 고교 시절부터 ‘타격왕’ 칭호를 받을 만큼 예사롭지 않은 방망이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문진제의 ‘옛 동료’와 형이 모두 라이벌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동성고 시절,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우완 에이스 유경국도 문선재와 함께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서울 라이벌’ 간의 만남에서 세 선수가 어떠한 대결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듯싶다.
그리고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산의 마지막 선택을 받은 광주일고 문지훈은 ‘꽃돼지’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던 문희수 동강대 감독(전 KIA)의 아들이다. 체격 조건(185cm, 85kg)은 아버지보다 낫다는 평가다. 다만,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아버지와 달리, 문지훈은 올 시즌 전/후반기 주말리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7경기에서 16이닝을 소화하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다. 퓨쳐스리그에서 절대 시간을 투자하거나, 아예 눈을 돌려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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