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8월 중반을 넘어가는 현재, 그들의 순위는 7위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 무서운 기세를 타고 있는 8위 NC와도 불과 다섯 게임 반 차이다. 시즌 내내 자신들이 원하는 전력을 100% 가동하지도 못한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불운의 주인공, KIA 타이거즈는 그렇게 2009년 우승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KIA 타이거즈, 이제는 서서히 ‘내년’을 바라봐야 할 때
지난 오프시즌에서 KIA는 자유계약시장에서 외야수 김주찬을 영입했다. 당시 김주찬이 모든 구단에서 탐냈던 FA 최대어였음엔 분명했지만, 영입 대상이 KIA라는 점은 다소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KIA에는 테이블 세터로 이용규와 김선빈이 버티고 있었고, 정교한 방망이와 준수한 주루 플레이를 장점으로 하는 안치홍도 얼마든지 2번 타순을 책임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존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FA의 영입은 분명 필요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FA 투자 효율은 크게 가시화되지 못했다. 김주찬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에 팀 타선을 ‘먹여 살린’이는 신종길, 나지완 등 기존 멤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운드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규정 이닝을 채운 선수 중 그 누구도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김진우가 팀 내에서 가장 양호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홀로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에이스의 위용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좌완 양현종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100% 가동되지 못했으며, 윤석민 역시 부상 복귀 이후 마무리 투수 보직을 자청했다. 외국인 투수 듀오, 소사와 앤서니도 그다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으며, 새 외국인 투수 빌로우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이 머릿속에 그려 둔 마운드 모습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다 보니, 선발-불펜 보직을 떠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주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KIA 선수들의 ‘구심점’이 되어 줄 수 있는 베테랑이 없다는 사실이다.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네 팀이 대부분 베테랑을 중심으로 신-구 세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90%의 멘탈’로 이루어지는 야구에서 전력 외적인 요소 또한 무시할 수 없었으나, KIA는 그러한 힘을 간과한 채 좋은 베테랑 선수들을 떠나 보내야 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조범현 감독을 계약 만료 직후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았던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부상 선수가 많았던 악조건 하에서도 꾸준히 제 역할을 했던 이가 조범현 감독이었지만, 정작 KIA는 더 큰 꿈을 위하여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모셔 오는 데 열심이었다. 결국, 조 감독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도 계약 종료 이후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던, ‘가장 저평가된 사령탑’중 하나였다. 조 감독 퇴임 이후 KIA는 단 한 번도 가을잔치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렇듯 KIA의 부진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멤버들을 갖추고도 번번이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이번 SK와의 원정 주중 2연전은 이러한 KIA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 KIA는 서서히 ‘내일’을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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