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러한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선발되어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병역 의무를 다 하는 방법이다. 출/퇴근이 자유로운 만큼, 복무를 하면서 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현역 근무를 피할 수 없다. 일반 병사로 근무하면서 일과 외 시간에 몸을 만들어야 하는,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야구를 포기하는’ 이들도 생겨날 수 있다.
LG를 이끄는 세 명의 ‘현역병사’ 출신 선수들의 이야기
그러한 만큼, 일반 병사로 복무한 이후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상당히 어림없는 일이다. 특히,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제공 받았던 선수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여러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각 팀별로 이러한 ‘예비역 병장’ 출신 선수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충분히 기존 선수들을 자극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맡길 수 있다.
그런데, LG에는 이러한 ‘현역 병사 출신 예비역 병장’이 무려 세 명이나 1군에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팀 내에서 가장 요긴한 자리를 차지하며, 김기태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주전 자리가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백업 요원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LG 상승세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없어 보인다. 내야수 권용관과 김용의, 안방마님 윤요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당당히 주전 멤버로 발탁된 김용의는 첫 타석에서 선제 투런 홈런을 기록하는 등 MVP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바 있다. 그의 주 포지션은 1루수지만, 때에 따라서는 2, 3루수로도 활약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함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 7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원정 2연전에서는 생애 첫 ‘한 경기 2개 홈런’을 기록하며 매서운 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그는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팀을 막론하고 감독들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제 몫을 다 하는 선수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LG에서는 김용의가 바로 그러한 선수다.
의장대를 전역한 김용의와 마찬가지로 ‘육군 현역병’으로 무사히 복무를 마친 권용관도 LG에서 요긴한 역할을 하는 이들 중 하나다. 젊은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서도 묵묵하게 백업 요원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2-2로 맞선 9회 초 공격서 결승 솔로포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출장 경기 숫자는 적지만,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LG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윤의 부상으로 팀의 안방을 책임지고 있는 윤요섭은 해병대를 전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동안 ‘공격형 포수’라는 측면만 부각되면서 수비력이나 투수리드 등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때는 지명타자나 대타 요원으로만 경기에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올 해 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비록 타력은 기대만큼 해 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가 안방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투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장기인 장타력만 살아나 줄 경우 공-수 양면에서 무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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