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가세로 고교선수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은 야구 저변 확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올해에는 유난히 많은 ‘대기록’이 나오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수민 26K'에서부터 ’김경호 연속 타수 안타 기록‘까지
가장 먼저 ‘일’을 낸 것은 상원고 좌완 에이스 이수민(18)이었다. 이수민은 지난 4월 7일, 대구고와의 주말리그 동일권역 경기에서 10이닝을 완투하며, 26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그리고 이 기록은 프로와 아마야구를 합쳐 최다 신기록이었다. 당시 이를 두고 ‘혹사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상원고 박영진 감독이 직접 어깨 상태를 점검하는 등 선수 관리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논란을 일축시키기도 했다. 이에 삼성도 이수민에게 연고지 우선지명권을 행사하면서 큰 기대를 드러냈다. 연투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빼어나 추후 삼성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후에는 마산고가 ‘일’을 냈다. 지난해에도 홈팀 자격으로 참가한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에서 8강에 오르며 ‘꼴찌 반란’을 예고하더니, 올해는 아예 결승까지 올랐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당대 최강으로 평가받던 덕수고에 선취점을 빼앗는 등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황금사자기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산고가 전국 메이저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199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그리고 이번 청룡기 대회에서는 한 경기에서 두 가지 기록이 세워졌다. 야탑고와 신일고의 4강전 첫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에서 신일고가 최다 점수 차 역전 기록을 세운 것이 그 중 하나였다. 종전에는 류현진(LA 다저스)의 동산고가 결승전에서 대구고를 상대로 8점차 역전승을 거두었던 것이 ‘최다 점수 차 역전’이었다. 신일고는 0-9로 패색이 짙던 7회 초 공격서 무려 6점을 한꺼번에 뽑으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선보이더니, 8회 초 공격서 기어이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10회 초 연장 승부치기에서는 석 점을 더 뽑으며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신일고가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승리는 야탑고에게 돌아갔다. 야탑고는 곧바로 이어진 10회 말 반격서 무려 4점을 뽑아내며, 2009년 이후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신일고를 격침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이 세워졌는데, 그것은 야탑고의 1번 타자 김경호의 12타수 연속 안타 기록이 그러했다. 김경호는 이 날 경기에서 총 7번 타석에 들어섰는데, 두 차례 희생 번트를 제외하면 5번 모두 안타로 출루했다. 홈런을 기록했다면, 사이클링까지 넘볼 수 있었다(3루타, 2루타 각 1개, 안타 3개 기록). 연타수 안타 기록은 프로야구에서도 류중일 삼성 감독이 현역 시절(1987년)에 세운 11타수 연속 안타 기록이 유일하다.
이렇듯 프로야구 ‘어른’들이 앞서서 야구 저변을 확대해 주면, 어린 선수들이 힘을 낼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많은 유망주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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