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러한 4강 싸움과 관계없이 단기간 내에 기존 ‘형님’들을 압도할 수 있는 무서운 ‘동생’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자못 흥미로운 부분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합류한 막내 NC 다이노스가 그러하다. 초반 연패 행진이 이어질 때만 해도 ‘게임이 되지 않아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그들은 ‘경험’이라는 무기를 장착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은 NC가 SK를 상대로 ‘원정 3연전 싹쓸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으로 증명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두 명의 신예, 이성민(23)과 이민호(20)가 있었다.
내일이 더 무서운 ‘우완 정통파 듀오’
외모와 고향, 그리고 입단 연도까지 모두 다르다. 체격 조건을 비롯하여 투구 스타일도 미묘하게 다르다. 그러나 둘 모두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데뷔한 루키라는 사실, 현재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인재라는 점을 공통분모로 지니고 있다. 또한, 입단 당시 그 어떠한 선수들보다 월등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닮았다. 이민호가 그 해 졸업을 맞이한 고졸 투수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성민 역시 대졸 투수들 중 랭킹 1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지난 1일 경기에서 등판하여 각각 승리와 세이브를 솎아냈다.
경북고-영남대 졸업 이후 올 시즌부터 프로 무대에 뛰어 든 이성민은 빠른 볼을 바탕으로 배짱 있는 투구를 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야말로 ‘쳐 볼 테면 쳐 봐라’라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선다. 이에 대해 스승인 영남대 박태호 감독 역시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어떤 위기든 극복할 수 있는 배포가 좋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아직 상체 힘으로만 던지려고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유연성을 조금 더 기른다면, 프로무대에서 선발 투수로 장수할 가능성 또한 높은 편이다.
모교인 부산고에서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됐던 이민호는 사실 ‘강심장’과 거리가 멀었던 선수였다. 특히, 중학교 때에는 좋은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 마운드에서 자주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봤던 김민호 당시 부산고 감독(현 롯데 2군 타격코치)은 이민호에게 기술적인 측면보다 ‘멘탈’적인 부분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1학년 때부터 마운드에 올려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게 했다. 마운드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감을 찾은 이민호는 2학년의 몸으로 참가한 화랑대기 고교야구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그는 올 시즌 NC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이후 40경기에서 10세이브(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중이다.
사실 프로야구의 ‘질적 발전’이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 신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중고 신인왕’이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프로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일 수 있다. 이성민-이민호 듀오를 지켜봐야 것도 이들이 2, 3년 후에는 NC 선발 마운드 필두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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