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한 만큼, 수도권 구단에서 적지 않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나와야 한다는 명제는 논리적으로 따져 봤을 때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SK 와이번스는 최근 5년간 세 번이나 우승을 맛보며 이러한 논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은 KIA(전신 해태 타이거즈 포함)를 비롯해 삼성 등 지방 연고 구단에 한정됐다. 이는 해당 연고지 인구의 절대숫자보다 구단을 어떻게 운영하며, 신/구 선수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성하느냐의 여부가 우승의 지름길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엘-넥-두 동맹', 서울 지진 발생!
그런데 그러한 양상이 올해는 조금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두 자리를 삼성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연고 3팀이 나란히 2~4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팀 LG가 지난 23일 경기에서 KIA에 대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또 다른 서울 라이벌인 넥센과 두산은 목동구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쳤다. 이 흥미진진한 대결에서 넥센이 두산에 8-5로 역전승하며, 4위 두산과의 게임 차이를 두 경기로 벌려 놨다. 이번 승리로 넥센은 나머지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한다 해도 최소 리그 4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LG는 후반기 첫 경기부터 '화끈한 출발'을 선보였다.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바탕으로 KIA에 13-3 대승하며, 연승 행진을 일곱 경기로 늘렸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10년과 비교해 그 전력이 눈에 띄게 안정됐다는 점이다. 특히 중간계투 요원으로 추가 투입 가능한 요원들이 여전히 퓨쳐스리그에 대기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교체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김선규가 오랜만에 KIA전에 등판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중요한 시점에서 연고지 라이벌전을 펼친 넥센과 두산은 경기 내내 기 싸움을 벌일 만큼 만만치 않은 승부를 벌였다. 두산이 기선 제압에 성공하자, 넥센이 역전으로 맞불을 놨고, 두산이 또 다시 연타석 홈런으로 추격을 시도하자 넥센이 김민성의 쐐기 투런포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이 그냥 물러난 것도 아니었다. 9회 초 공격서 기어이 한 점을 추가하며 '쉽게 패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4위권을 향한 안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양 팀의 치열한 대결은 시즌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두산을 중심으로 주중에는 넥센이, 주말에는 LG가 맞대결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혈전에서 어느 팀이 4강 직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혹은 '설마' 했던 서울 연고 3팀이 모두 가을잔치에 진출할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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