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실만 놓고 보면, ‘김윤동은 빼어난 투수 유망주’라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그는 입단 이후 퓨쳐스리그에서 줄곧 타자로 활약해 왔다. 투수로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8월부터였으며, 신인지명회의 당시에도 KIA 스카우트 팀은 김윤동을 외야수로 지명했다. 불과 1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난 셈이다.
‘트랜스포머’, KIA 타이거즈 김윤동 이야기
그러나 고교 시절 김윤동을 아는 이들은 지금의 현상을 ‘매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경북고 시절, 그를 지도했던 강정길 전 감독은 “타자로서의 모습도 좋지만, 언제든지 투수로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선수다.”라며 그의 다재다능함에 좋은 점수를 주기고 했다. 실제로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 각종 홍보책자에도 그의 포지션은 분명 ‘투수’로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주로 타자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동기생인 임기영을 포함하여 한 학년 아래인 백승준(이상 한화) 등 좋은 투수 인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2학년 때부터 팀의 중심 타선을 책임진 경험 때문인지 유독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투수 출신답게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외야 송구 능력과 장타력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다. 특히, 나무 방망이로 심심치 않게 홈런을 기록하면서 프로 스카우트 팀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투수로 모습을 드러냈다면, 그의 고교 선배이기도 한 김상훈(전 두산) 못지않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김상훈 역시 3학년 때에는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나서며, 모교의 대붕기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 당시 활약을 눈여겨 본 두산은 2010 신인지명회의에서 그를 4라운드 전체 26번으로 지명권을 행사한 바 있다. 김윤동 역시 시속 140km 중반대에 이르는 빠른 볼을 던질 줄 아는 선수였다.
프로 입문 이후 줄곧 외야수로 나섰던 그는 퓨쳐스리그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괜찮은 모습을 보보이는 듯싶었다그러나 투수에 대한 미련은 늘 그의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는 그에게 방망이를 내려놓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결국 그는 투수 글러브를 잡는 모험을 선택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은 올해부터 퓨쳐스리그에서 무려 110이닝을 소화하며, 6승 4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1년 만에 보직 변경을 한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현종과 김진우가 선발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크게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퓨쳐스리그 올스타’에 선발되어 우수상까지 받은 김윤동의 활약은 선동열 감독에게 큰 어필이 됐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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