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야구는 한 번 흐름을 놓치면 그 기세를 되살리기 상당히 어려운 '멘탈 스포츠'중 하나다. 전날 경기에서 오지환의 투런 홈런을 바탕으로 승리한 LG의 기세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예상이 맞아떨어지기라도 한 듯 LG는 또 다시 롯데를 재물 삼아 6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롯데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연패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롯데 입장에서는 주중 2연전에서 오지환에게만 무려 5타점을 허용한 장면을 상당히 아쉬워할 법하다.
'승부처'의 순간, 잘 나가는 팀 LG의 '최후의 한 수'는?
어쨌든 전반기 2위를 확정한 LG는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때에 따라서는 후반기에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물론 LG가 시즌 내내 잘 나갔던 것만은 아니었다. 한때는 하위권에 머물며, 또 다시 '승리 DNA'를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번의 승부'를 통하여 반전에 성공했고, 그 경기 경험은 지금의 LG를 좋은 흐름으로 이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이른바 '승부처'의 순간을 잘 이겨낸 결과였는데, 이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2일, LG는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KIA와 주말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당시 LG는 앞선 두 경기를 대승으로 마친 상황이었기에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반면, KIA는 '어떻게는 스윕 패배만은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LG로서는 설령 패한다 해도 '원정경기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쳤다.'라는,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그러한 의중이 반영되었던 탓이었는지 LG는 선발 양현종의 호투에 눌려 8회까지 0-4로 끌려갔다. 여기에 마무리 앤서니가 등장하자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LG는 9회 초 공격서 앤서니를 매섭게 몰아붙인 결과, '패할 수도 있던 경기'를 기어이 동점으로 만드는 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승부의 추를 연장까지 가져가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가용한 포수 자원을 모두 써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기태 감독은 내야수 문선재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우는 등 '초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문선재를 포수로 투입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0회 초 2사 2루 상황서 그가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문선재는 10회 말 수비서 다시 포수마스크를 쓴 채 그라운드에 나타났고, 그와 호흡을 맞춘 마무리 봉중근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틀어막으며 팀의 3연승을 지켜냈다. 그리고 '패할 뻔했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던' 이 한 번의 승부는 이후 LG 선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당시 경기가 바로 2013년 LG 전반기의 '승부처'였던 셈이다.
19일 올스타전을 앞둔 현재 LG는 선두 삼성에 반 경기 뒤진 2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리고 당시 승리의 주역이었던 이들은 여전히 팀 내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자처하며 LG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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