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중 LG는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다시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LG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1994년)’을 경험했던 유지현 코치가 “지금의 팀 분위기가 1994년과 정말 닮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이에 LG는 이번 올스타전에서 후보로 오른 모든 멤버들이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오랜만에 ‘화끈한 팬심(心)’을 등에 업기도 했다.
‘나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 LG의 이병규
LG 상승세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중심에 ‘주장’ 이병규(39, 등번호 9번)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을 듯 싶다. 내년에 마흔이 되는 그의 나이를 감안해 보았을 때 체력 문제를 포함하여 그 기량에 의심을 제기할 만하지만, 그는 어찌 된 일인지 연일 맹타를 퍼부으며 LG 중심타선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으로 5월부터 팀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40타점을 기록하여 지난해 기록(41타점)을 넘어 설 기세다.
‘세월을 거스른 듯한’ 그의 활약은 눈에 보이는 기록으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0.391, 61안타, 출루율 0.423, 장타율 0.551를 기록중이다. 여기에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60일 만큼 유독 찬스에 강하다. 이에 지난 5일,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최고령 사이클링’을 기록했고, 이 경기를 시작으로 10일 NC전까지 10연타석 안타를 기록하며 물 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왠만한 선수들이 은퇴를 고려해도 될 법한 나이에 20대 선수들 못지않은 기량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타석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투수가 결정구로 던진 볼을 ‘힘 한 번 들이지 않고 살짝 밀어쳐’ 안타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홈 플레이트에서 변화가 심하게 들어와 ‘땅볼’로 포수미트 근처까지 가는 볼을 안타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 기술을 갖췄다면, 굳이 힘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셈이다. 불혹의 이병규가 장수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40대 전성기’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선수의 이름을 떠올려진다. 2008년 시즌 중반에 합류하여 무서운 타격감을 선보인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무대 합류 이후 68경기에서 타율 0.347, 7홈런, 35타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듬해, 공포의 4번 타자로 위용을 뽐낸 바 있다. 그는 38세의 나이에도 불구, 그 해 115 경기에 출장하여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거포형 타자'의 등장에 LG 팬들이 환호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노장들의 활약은 젊은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어 팀에 시너지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병규를 필두로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등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LG의 팀 타율은 7월 11일 전체 2위(0.279)를 달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역시 LG가 가장 최근에 진출했던 가을잔치 시즌(2002년)에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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