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넥센의 모습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것은 단기간 내에 팀을 빨리 추슬렀다는 사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잘 되는 팀, 강팀’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위기 싸움’인 야구에서 그 기세가 꺾일 경우 단기간 내에 이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 서 있는 한 명의 선수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신고 선수 출신으로 동기들에 비해 뒤늦게 프로 입단에 성공했던 문우람(21)이 그 주인공이다.
‘에이스 겸 4번 타자’, 드디어 야구에 눈을 뜨다!
사실 문우람은 프로 유니폼을 입지 못할 수도 있었다. 고교 3학년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1 신인지명 회의’에서 그를 호명한 구단이 끝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교 졸업 예정 선수였음을 감안했을 때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대학무대를 뒤로한 채 신고 선수 영입 제의를 해 온 넥센의 부름에 응했다.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만큼 기본이 잘되어 있는 선수였기에 충분히 육성을 해 볼 만하다는 것이 당시 스카우트 팀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는 고교 시절에 주로 3, 4번 타순을 책임지며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지만, 팀이 위기에 닥칠 때에는 간혹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켜내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직후 신고 선수라는 신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는 지난해가 되어서야 정식 선수로 등록될 수 있었다. 퓨쳐스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층 발전시킨 결과였다. 그리고 1군 데뷔무대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25경기에서 65타수 15안타(타율 0.231), 3타점을 기록했다. 고교 시절 명성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결과일 수 있지만, 신고 선수라는 타이틀을 떼어낸 이후 얻은 성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22일, NC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문우람은 15경기를 치른 현재 0.453의 고감도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선발 출장 이후 무려 7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그의 모습에서 LA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를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그의 활약은 아직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그의 합류 이후 넥센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까지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서건창-장기영 듀오가 잠시 흔들리는 틈을 타 테이블 세터진의 일원으로 문우람이 선발 출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중심 타선이 타점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분간 이 구도는 올스타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청룡기 고교야구에서 최다안타상을 받았던 그는 대회 이후 인터뷰에서 “같은 우투좌타 외야수인 김현수 선배가 롤 모델이다.”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둘은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면서도 해당 연도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여 신고선수로 출발했다는 공통분모도 안고 있다. 문우람 역시 선배 김현수의 뒤를 이어 ‘안타 제조기’로 이름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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