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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인사이드] 올스타게임 후보명단에 왜 투수는 없을까

2013-07-10 10:49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 미국, 일본에 비해 한참 뒤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국내 프로야구는 야구선진국들의 규약 또는 제도를 많이 흉내냈다. 사실 지구상에 조물주가 만든 것외에는 새로운 창조물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방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발주자는 모방도 장점을 택하고 단점을 버려야 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다 해버렸다. 국내 프로야구 규약에 독소조항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일본의 나쁜 것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사단체협약으로 이뤄져 불합리한 독소조항은 거의 없다.

최근 팬 투표로 진행된 2013년 올스타게임 선발에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웨스턴리그 LG 트윈스 선수들이 전원 뽑히면서 제도보완이 시급해졌다. 내년에는 한국야구윈회(KBO)가 제도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십자포화를 맞았으니 버틸 수가 없다.

사실 팬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LG 팬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투표를 한 결과다. 당연하다. 팬 투표는 불합리한 점이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프로 스포츠 자체가 팬들의 인기로 출발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국처럼 연봉이 팬들로부터 나오는데는 더욱 그렇다.

LA 레이커스 시절 샤킬 오닐은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002년 이후)이 휴스턴 로키츠에서 활동할 때 팬 투표로 서부 콘퍼런스 주전 센터에 선발된 적이 없다. 야오밍의 기량이 오닐보다 월등해서 였을까. 아니다. 인구 10억이 넘는 중국 팬들이 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올스타게임의 팬 투표는 인기투표여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NBA도 팬 투표의 왜곡현상을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받아 들였다.

하지만 이번 LG 팬들의 트윈스 선수를 싹쓸이로 밀어주는 것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좀 더 성숙했다면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1루수에 김용의를 뽑아서는 안된다. 아무리 LG의 골수팬이라고 해도 현 시점에서 넥센의 1루수 박병호와 김용의를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박병호는 현역 최고 선수다. 게다가 박병호는 LG에서 선수 생활을 출발하지 않았는가. 이번 LG 팬들의 ‘팬심’은 1957년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때와 너무 흡사하다. 지난해 롯데와 올 LG 팬들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56년 전의 레즈 팬과 동급이 돼버리는 것이다.

1957년 신시내티 팬들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루수 스탠 ‘더 맨’ 뮤지얼 1명을 제외하고 7명을 신시내티 선수로 뽑았다. 투수는 팬 투표를 하지 않는다. 이 해 올스타게임은 세인트루이스 홈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졌다. 당시 지역 신문이 요즘으로 치면 경품을 주면서 올스타게임에 신시내티 선수들을 뽑자는 캠페인을 벌였던 것이다. 결국 황당했던 것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었다. 포드 프릭 커미셔너는 직권으로 외야수에 뉴욕 자이언츠 윌리 메이스, 밀워키 브레이브스 행크 애런으로 교체했다. 두 선수는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강타자들이다.


메이저리그는 신시내티 파동 이후 말썽이 일자 팬 투표를 아예 없애 버렸다. 올스타게임 본연의 취지가 실종됐기 때문이었다. 올스타게임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그 해에 가장 잘하고 있는 선수들을 한군데 모아서 기량을 보려는 것이다. 신시내티 레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의 행위는 올스타게임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기네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게임이다.

그러나 올스타게임은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기본이다. 메이저리그는 1970년에 다시 팬 투표를 복원시켰고, 조금씩 제도를 개선했다. 국내 프로야구 올스타게임 팬 투표 방식에서 또 하나 개선돼야 하는 게 투수 부문이다. 메이저리그는 팬 투표에 투수는 없다. 왜 투수를 올스타후보자 명단에서 뺐는지를 알았다면 현 투표방식도 크게 개선됐을 것이다.

팬 투표는 인기투표여서 기록과 차이가 있다. 당장 박병호와 김용의를 봐도 알 수 있다. 김용의를 폄하려는 게 아니다. 제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팬 투표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 투수는 애초부터 후보명단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제84회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의 양 리그 투수를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투수는 철저한 기록중심이다. LA 다저스 류현진도 방어율이 리그 10위안에 랭크됐으면 올스타게임에 선발될 가능성도 있었다.

인기몰이로 투수를 뽑게 되면 기록이 처지는데도 뽑히게 된다. 올스타게임이 질이 뚝 떨어진다. 물론 리즈와 봉중근이 올해는 잘하고 있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아도 선수의 평균자책점은 나쁠 수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투수는 팬 투표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올스타게임에 최고 선수들의 기량을 보려고 하는데 기록이 처진 선수들의 참여는 야구팬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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