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뉴욕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4일 현재 통산 636세이브를 작성중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자동이다. 리베라는 올해 은퇴 투어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미네소타 트윈스는 리베라에게 부러진 방망이로 의자를 선물했다. 값어치로는 보잘 것 없지만 의미있는 선물이었다. 이름하여 ‘부러진 꿈의 의자(Chair of Broken Dreams)’다. 워낙 뛰어난 커트패스트볼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수없이 부러뜨렸기 때문에 미네소타 선수들이 고안한 독특한 선물이다.
리베라는 플레이오프 사상 최고의 방어율(0.70)을 마크하고 있는 ‘포스트시즌 사나이’이기도 하다. 96경기에 출장해 8승1패 42세이브를 기록하며 1996년 이후 양키스가 5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는데 기여했다. 철벽 마무리 리베라가 없는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상상할 수 없다.
리베라는 좌우 가릴 것없이 주무기 커트패스트볼로 타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과 같은 천적이 있었다. 지금은 은퇴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강타자 에드거 마르티네스였다. 리베라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내가 만난 타자 가운데 가장 상대하기 힘든 타자였다”고 밝혔다. 기록으로도 리베라는 매리너스의 지명타자였던 마르티네스에게 철저히 약했다. 16타수 10안타 피안타율 0.625다. 타격내용도 볼 만했다. 홈런 2 2루타 3 타점 6개다. 마르티네스가 나오면 철저히 오그라들었던 리베라였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LA 다저스 류현진도 선발 16경기에 등판하면서 새로운 천적타자를 만들었다. 바로 다저스의 앙숙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우익수 헌터 펜스다. 펜스(30)의 타격폼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이런걸 미국에서는 ‘Awkward(거북한) form’이라고 한다. 하지만 펜스는 지난 7년 동안 두 차례나 타율 3할에 151개를 작성한 강타자다. 파이브 툴 플레이어는 미치지 못하지만 공수주를 겸비한 컴플리트 플레이어다. 장신(193cm)에 파워를 갖추고 있어 폼이 이상해도 안타와 홈런을 생산하는 비결이다.
류현진은 펜스에게 3경기에서 각각 2안타씩을 허용했다. 8타수 6안타(2루타 2) 4타점 볼넷1 삼진1개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펜스를 만나면 어디다 어떻게 던져야될지 뾰족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직구면 직구, 변화구면 변화구 모두 안타로 연결시켰다. 펜스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이언츠 타자들에게 유난히 안타를 많이 허용했다. 2루수 마르코 스쿠타로도 10타수 4안타다.
야구에서 한 번 천적관계가 형성되면 좀처럼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천적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야구의 한 요소다.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만나면 작아진다. 파드레스는 타격이 약한 팀이다. 올해 커쇼가 당한 5패 가운데 파드레스가 3패를 안겨줬다. 이쯤되면 천적이다. 투수가 타자에게 철저히 약점을 보일 때는 볼넷으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벅 쇼월터(현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만루 상황에서 배리 본즈를 고의4구로 출루시킨 적이 있다. 당시 이 작전은 성공했다. 더 이상의 추가실점을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스가 그 정도급은 아니다. 상황에 따른 대비를 하는 게 좋다.
펜스와 자이언츠는 5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가 비로 연기돼 일찍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6일부터 다저스와 AT&T 파크에서 홈 3연전을 벌인다. 펜스는 이날까지 타율 0.276 홈런 13 타점 42개 도루 13개를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이 4번째 만날 펜스와의 대결이 흥미롭다.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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