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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인사이드] 류현진이 좌타자에게 약한 이유

좌완이면서 좌타자에게 뭇매…투구폼이 원인

2013-07-03 10:22

[MLB인사이드] 류현진이 좌타자에게 약한 이유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을 중계한 KLAC의 릭 몬데이 해설자는 5회가 들어가기 전 “류현진은 좌완이면서 좌타자에게 모든 안타를 내줬다”고 매우 의아하다는 투로 지적했다. 한편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우완 닉 테페시로부터 시즌 12호 홈런을 뽑았다. 모두 우완 상대 홈런이다.

통상적으로 좌완은 좌타자에게 강한 법이다. 경기 종반에 감독들이 우완-우타자, 좌완-좌타자의 매치업을 하는 이유도 이 상황이 결정적인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등판한 이날 필리스전에서 돈 매팅리 감독은 8회 매치업을 했다. 2사 만루서 필리스의 찰리 매뉴엘 감독이 대타로 좌타자 라이언 하워드를 기용하자 매팅리 감독은 좌완 J P 하웰로 맞섰다. 그러자 매뉴엘 감독은 하워드를 빼고 다시 우타자 케빈 프래드센으로 맞불을 놓았다. 하웰은 프래드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다저스의 매치업은 성공했다.

무릎 통증을 안고 있는 하워드는 이날 현재 좌완 상대 타율이 0.173이고, 우완에게는 0.304다.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와 견줘도 지극히 정상적인 좌우완 상대 타율이다. 그나마 하워드가 좌완 상태 타율이 추신수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더구나 좌완에게 2개의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추신수는 이날도 선두타자 홈런으로 팀의 22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깨뜨렸지만 12개의 홈런이 모두 오른손 투수로부터 뽑아낸 홈런이다. 가끔 양념으로 좌완에게도 홈런이 한 개정도는 터질 법한데 291타수 동안 왼손 무홈런이다.

추신수와 하워드의 예를 봤듯이 좌타자는 좌완에게 예외인 선수도 간혹 있지만 약한 법이다. 약한 이유는 좌타자는 좌완을 많이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타자가 우완에게 약하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다. 우완이 좌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류현진은 필리스전에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체이스 어틀리의 2홈런을 포함해 7개 가운데 6개의 안타를 좌타자에게 내줬다. 1개도 스위치히터 지미 롤린스가 뽑은 안타다. 롤린스는 왼타석이 더 강하다. 이날 필리스 타순은 좌완을 겨냥한 우타 중심 라인이었다. 물론 다저스도 클리프 리를 대비해 좌타자 안드레 이티어를 빼고 스콧 밴 슬라이크를 기용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좌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메이저리그 좌완의 상징이었다고 할 수 있는 ‘빅 유닛’ 랜디 존슨의 통산 성적을 보면 그가 얼마나 좌타자에게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타자에게 피안타율 0.224(홈런 386개 허용), 좌타자에게는 0.199(홈런 25개)였다. 좌타자에게 존슨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좌타자가 좌완 존슨에게 홈런을 빼앗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었다. 메이저리그 사상 3000안타, 500홈런 이상을 작성하고도 약물복용으로 현재 재야에 파묻혀 있는 라파엘 팔메이로는 21타수 1안타(0.048)에 불과했다. 크레이그 그레벡은 21타수 무안타로 20타수 이상을 경험한 타자 가운데 가장 약했다.

메이저리그 12년 경력(1988년-2000년)의 좌타자 제프 허슨은 “존슨과의 상대에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마치 죽이려 드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좌타자들에게는 존슨이라는 이름 자체가 공포였던 것이다.

하지만 ‘황금의 왼팔’로 통했던 샌두 쿠팩스(LA 다저스)는 좌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우타자에게 0.205(홈런 168개 허용), 좌타자에게는 오히려 0.207(홈런 36)의 높은 피안타율이었다. 현재 류현진은 16경기 선발등판에서 우타자에게 0.222(홈런 5), 좌타자에게는 0.308(홈런 4)이다. 좌완인지 우완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 기록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왜 좌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안타를 허용할까. 류현진은 필리스전 이후 “볼카운트에 따라서 투구패턴이 비슷하고 상대의 노림수가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면서 “다음 경기부터 좌타자에게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집중력을 발휘하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지만 타자를 윽박지르고 압도할 수는 없다. 이유는 투구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존슨과 쿠팩스의 차이를 보면 답이 나온다. 존슨은 쓰리쿼터형에 가까운 좌완이다. 존슨이 올스타게임에서 존 크룩에게 다소 위협구 같은 높은 볼을 던진 뒤 잇달아 몸쪽에서 바깥으로 빠지는 볼을 던지자 헛스윙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좌타자에게 존슨이 몸쪽 볼을 구사하면 칠 수가 없었다. 몸에 맞을 것 같은 볼처럼 느껴진다. 쿠팩스는 왼손 오버핸드스로다. 류현진은 완전 오버핸드스로는 아니지만 쓰리쿼형도 아니다. 좌타자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

예전 해태 타이거스 좌완 김정수를 생각하면 된다. 롯데 자이언츠 강타자인 김민호, 삼성 라이언스 장효조는 한마디로 김정수의 밥이었다. 피칭스타일 때문이다. 김정수 역시 쓰리쿼터형에 가까운 피칭을 구사했다. LG 트윈스 이상훈도 좌타자에게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빙그레 이글스 구대성은 철저하게 좌타자를 묶었다. 투구폼 때문이다.

사실 류현진이 좌타자에게 높은 피안타율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다. 단순히 기록에 의한 이변일 뿐이다. 전체적인 피칭이 좋기 때문이다. 단지 류현진은 좌완이면서 좌타자에게 그렇게 강한 투수가 아닐 뿐이다.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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