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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뒤늦게 터진 ‘야구에 대한 절박함’, 류제국을 깨우다

복귀 이후 무패행진 달리며, 'LG 상승세' 원동력으로 거듭나

2013-06-30 08:03

▲1군합류이후3연승행진을달리고있는LG류제국.사진│LG트윈스
▲1군합류이후3연승행진을달리고있는LG류제국.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2010년 2월, 덕수고 교정에는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누비며 누구 못지않게 ‘몸만들기’에 열중인 이가 있었다. 가만히 보니, 고교 선수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들어 보였고, 코칭스태프라고 하기에는 무척 젊어 보였다. 그때, 곁에 있던 정윤진 감독이 “미국에서 귀국한 류제국이 몸을 만드는 중이다.”라며 살짝 귀띔했다.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들 못지않게 구슬땀을 흘렸던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마침 당시에는 덕수고 에이스 김진영(시카고 컵스)이 선배의 뒤를 따라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한 후배 김진영을 바라보는 류제국의 눈빛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 당시 구슬땀을 흘렸던 류제국은 ‘해외파 특별 지명’이라는 형태로 본인을 지명한 LG 트윈스와 정식으로 입단 계약을 맺고 아주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고교 시절 라이벌이기도 한 김진우(KIA)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당시 1승은 연패 가도를 달릴 뻔한 LG에게 반등의 계기를 가져올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류제국 본인에게도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2008시즌, 마이너리그에서 1승을 기록한 이후 맞은 ‘5년 만의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터진 ‘야구에 대한 절박함’, 류제국을 깨우다.

공교롭게도 LG는 류제국의 등장과 함께 놀라운 상승세를 경험하며, 9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언제부터인지 선수단 사이에서는 리드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특히, 류제국이 등판했던 일곱 번의 경기에서 무려 여섯 번이나 승리했다.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류제국이 정작 3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물론 류제국이 등판할 때마다 LG의 승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을 듯하다. 그를 아는 지인들이 류제국의 호투에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특히, 그의 재활을 도왔던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언젠가 분명히 제 모습을 드러낼 선수”라며 후배이자 제자인 그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실 2001년 고교야구에서는 ‘프로야구의 현재’를 장식하는 이들이 대거 배출됐을 만큼 유난히 많은 유망주가 배출됐던 한 해였다. 그 중 ‘덕수고 류제국’은 진흥고 김진우와 함께 연일 화재를 몰고 다니던 이였다. 특히, 청룡기 고교야구에서 이용규(KIA)와 더불어 모교를 우승으로 이끌며 한창 주가를 올렸을 때에는 ‘고교야구를 알지 못하는 야구팬도 덕수고 류제국과 진흥고 김진우는 잘 안다.’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왔을 정도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류제국은 남들이 쉽게 밟지 못한다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온 선수로 분류될 수 있었다. 실제로 국내 무대를 뒤로하고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기대는 어느 정도 맞는 듯싶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은 입단하고 나서 무려 4년이 지난 뒤였다. 첫 승은 이듬해, 템파베이로 트레이드되고 나서야 나왔다. 그것이 류제국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메이저리그 승리’였다. 그 사이에 류제국은 마이너리그 시절, 야구 외적으로 언론에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년, 투구연습을 하던 류제국이 횃대에 앉아 있던 물수리를 향해 장난삼아 볼을 던졌던 것이 화근이었다. 미국동물보호단체의 특별보호를 받고 있는 희귀조류인 물수리를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면 최고 60일의 구류나 5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류제국은 이 사건으로 1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야 했고, 미국 언론과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맹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렇듯 부침이 많았던 그의 영구 귀국은 ‘벼랑 끝에서 내린’ 최후의 결단이었다. 그러한 절박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류제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이가 이 정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 선발 마운드에는 이상훈을 필두로 김태원, 정삼흠, 인현배 등 10승 투수들이 즐비했다. 이 중 신인 인현배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며, LG 마운드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지금은 류제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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