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찬규는 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LG와 맺은 계약은 4년 총액 50억 원. 그러나 보장액은 26억 원에 불과했다. 계약금 6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 나머지 24억 원은 성적으로 증명해야만 손에 쥘 수 있는, 철저히 '성과형 옵션 계약'이었다. 선수 입장에선 위험이 컸지만, 임찬규는 이를 오히려 최고의 무기로 삼았다.
2024 시즌 초반은 험난했다. 제구 난조와 구위 부침으로 흔들리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곧 반등했고, 투혼으로 LG 선발진을 지탱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25경기 10승 6패, 평균자책점 3.83. LG 토종 투수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돈값'을 완벽하게 해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등판한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 PS 평균자책점은 1.08이라는 '괴물 수치'를 찍었다.
임찬규는 옵션을 거의 다 채울 만큼의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 활약만 봐도 보장액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리고 올해, 임찬규는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다. 27일 현재 11승 3패, 평균자책점 2.71. ERA는 생애 첫 2점대에 진입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에 '커리어하이'를 쓰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옵션 채우기' 수준이 아니다.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끄는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임찬규의 비결은 분명하다. 24억 원 옵션이 만든 집요한 동기부여다. 경기마다 던지는 공 하나, 이닝 하나가 곧 돈이자 자존심으로 이어졌다.
임찬규가 옵션을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 꾸준하게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프로 세계는 냉혹하다. 성적 없이는 어떤 보장도 없다. 그러나 임찬규는 이 냉정한 시스템 속에서 동기부여를 불태웠고, 결국 '옵션 괴물'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금, 24억 원의 옵션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임찬규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와 땀, 그리고 ERA 2점대로 상징되는 '미친 커리어' 그 자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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