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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03] 김연경이 레드카드(Red Card)를 받고도 퇴장하지 않은 이유

2021-09-22 09:31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경기 브라질전에서 김연경이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연경은 8강 터키전에선 레드카드를 받아 1점을 잃고 서브권까지 내주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경기 브라질전에서 김연경이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연경은 8강 터키전에선 레드카드를 받아 1점을 잃고 서브권까지 내주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터키와의 8강전에서 한국의 에이스 김연경이 경기 도중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옐로카드(Yellow Card)에 이어 레드카드(Red Card)를 받았다. 김연경은 퇴장을 당하지 않고 터키에게 1점을 내주고 서브권이 넘어갔다.

배구의 세부 규칙을 잘 모르는 팬들에게 이 장면은 아주 이상하게 보였을 법 하다. 보통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선 레드카드를 받으면 퇴장 당하고 해당 경기에서 뛸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종목처럼 레드카드를 받아 김연경이 퇴장 당할 줄 알고 가슴 조렸지만 의외로 상대팀에게 점수를 1점 내주는 것으로 판정됐기 때문이다.

배구는 독특한 제재 규칙을 갖고 있다. 옐로카드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퇴장 당하지 않으며 레드카드도 받는 형태에 따라 퇴장 여부가 결정된다. 축구는 엘로카드 1번은 경고, 옐로카드 2번쨰는 레드카드를 선언받아 퇴장당한다. 하지만 배구는 아주 다르다. 옐로카드 2장을 받아도 퇴장 당하지 않는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 21.6항은 ‘불법행위와 카드 사용의 요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판으로부터 구두 경고와 옐로카드는 제재가 없다. 하지만 레드카드를 받는 것부터 제재를 받는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터키전에서 김연경처럼 상대팀에게 1점을 주고 서브권까지 내준다.

심판이 한 손으로 레드카드와 옐로카드를 동시에 겹쳐서 선언하면 선수는 해당 세트에서는 퇴장해야한다. 지난해 까지 FIVB는 해당 세트에서 퇴장된 선수가 대기 자리를 별도로 지정했다. 페널티지역(Penalty Area)라는 지역을 설정, 기록석과 벤치 뒤에 의자 2개가 비치된 약 1 x1m 크기로, 각 엔드라인 연장선 바깥쪽 통제구역 내에 5cm 너비의 빨간 선으로 표시했다. 선수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페널티지역을 폐지하는 대신 세트에서 퇴장 조치를 선언받은 선수는 해당 세트가 끝날 때까지 라커룸으로 들어가 대기하도록 했다.

심판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양 손에 분리해 각각 한 장씩 들어서 보여주면 경기 퇴장이 선언된다. 이때 해당 선수는 세트는 물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어떻게 쥐고 선언하느냐에 따라 세트퇴장과 경기퇴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배구에서 레드카드 운용을 다른 종목과 달리한 것은 네트 종목으로 세트별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축구, 농구와 같이 과격한 몸싸움을 하지 않는 배구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유연한 처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해까지 페널티지역을 운영하다가 폐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녀노소가 적당한 운동으로 즐길 수 있는 배구는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기 위해 시대 상황에 따라 경기 규칙을 변화시키며 발전해왔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리 방식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배구 규칙을 알면 알수록 배구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보고 즐길 수 있다. 배구인들은 도쿄올림픽 터키전 5세트에서 김연경이 레드카드를 받고서도 여유를 가진 것은 비록 1점을 내주지만 그가 그 이상의 득점을 올릴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은 김연경이 퇴장하면 어떻하냐 하고 순간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지만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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