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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64] 왜 라이트(Right)를 아포짓히터(Opposite Hitter)라고 말할까

2021-08-14 06:59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브라질과의 예선전에서 한국 라이트 김희진이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브라질과의 예선전에서 한국 라이트 김희진이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배구는 오랜동안 포지션에 의존해왔다. 공격에서 왼쪽을 주공으로 삼아왔고 오른쪽은 주공을 도와주는 보조 공격 정도로 생각했다. 이런 포지션 운영은 한때 세계배구를 장악한 일본 배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때문이었다. 포지션 용어도 일본식 영어로 왼쪽은 레프트(Left), 오른쪽(Right)로 불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여러 외국인 선수들이 참여하며 기존 포지션별 운영에 변화를 맞게됐다. 공격력이 좋은 외국인 의존도가 높았지만 플레이 패턴이 좀 더 다양화한 것이다. 고정된 포지션 운영보다 세터를 제외한 5명의 역할이 전문화, 세분화됐다. 기존의 포지션 용어도 빠른 변화를 보이는 국제배구에 맞게 바뀌기 시작했다. 레프트는 아웃사이드 히터(Outside Hitter)라고 불렀다. (본 코너 463회 ‘레프트(Left)가 아웃사이드히터(Outside Hitter)가 된 이유’ 참조) 측면에서 공격을 하는 선수라는 의미이다. 라이트는 아포짓 히터(Opposite Hitter) 또는 줄여서 아포짓이라고 부르게 됐다. 아포짓은 세터의 맞은 편 공격수라는 의미였다.

6명이 경기를 하는 배구는 원래 전위에 가운데와 왼쪽에 1명을 두고 이와 대각에서 짝을 짓도록 후위에도 2명의 선수를 둬 로테이션을 하도록 한다. 전위 오른쪽에 세터가 들어가고 세터와 대각 자리인 후위에 1명을 둬 대각선으로 맞물리도록 하는 로테이션을 운영한다. 세터와 대각을 이뤘다는 의미에서 생긴 이름이 아포짓이다. 또 레프트의 반대편에서 공격하는 선수라는 뜻에서 아포짓이라고 붙였다는 해석도 있다.

예전에는 레프트 2명, 센터 2명과 함께 라이트 포지션으로 세터와 라이트를 같이 묶어 포지션 분류를 했던 게 일반적이었다. 더블세터제를 운영하는 팀들에선 공격과 세트 능력이 좋은 라이트를 주전 세터와 함께 내세우곤 하기도 했다.

라이트 개념으로 운영했던 예전 배구에선 수비에 가담하는 경우가 적고 공격에 치중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주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세터의 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인해 왼손잡이가 유리했다. 세터와 대각선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로테이션 성격상 라이트는 백어택을 얼마나 위력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월드 스타’ 김세진이 국내 최고의 오른쪽 공격수로 맹위를 떨쳤다.

2018년 한국 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활약한 네덜란드 국가대표 출신 타이스 덜 호스트는 “세계배구는 여러 공격수들이 분담해서 경기를 하다보니 부담이 적다. 하지만 한국 배구는 공격수 한 둘에 의존하다보니 내가 많은 공격을 담당했다”며 “이런 배구에서 탈피해야 한국배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국배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남자배구는 그동안 국제경쟁력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5위까지 올랐던 한국남자배구는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전을 끝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여자배구는 남자보다 국제경쟁력이 앞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연이어 4강 신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여자배구는 세계적인 스타 김연경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2020 도쿄올림픽을 뒤로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한 김연경 이후는 큰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이 왼쪽 공격을 이끌었던 데 반해 오른쪽에선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약한 김희진이 맡아 전력 균형을 잘 맞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피드배구가 대세인 현재 국제배구 흐름에 부합하려면 오른쪽 공격수로 수비 능력을 갖추고 전천후로 뛸 수 있는 선수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에서 오른쪽 공격수를 ‘수퍼 에이스(Super Ace)’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자리가 공격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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