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선동열과 타초경사(打草驚蛇)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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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5-0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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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선동열과 타초경사(打草驚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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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실수로 잘못 건드린 경우와 전략상 일부러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

6회까지 0의 행진이었다. 조계현은 1피안타, 염종석은 2피안타였다. 롯데는 6회 전준호의 내야안타로 겨우 노히트노런을 깼다. 염종석은 3회 2피안타가 맞은 안타의 전부였다.

1995년 9월 26일 광주, 롯데의 해태전 시즌 마지막 경기. 막상막하의 투수전이었다. 롯데는 6회 노히트노런을 깬 후 김응국이 볼넷까지 얻어냈다. 첫 득점기회였지만 노히트노런을 막 깬 후여서 공격 성공의 가능성이 높았다.

한창 들떠있던 롯데 덕아웃은 그러나 이내 조용해졌다. 불펜에서 선동열이 몸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선동열이 올라오면 모든 게 허사였다. 이때까지 쭉 그래 왔다.

롯데는 7년째 선동열을 단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다. 88년 8월 11일 경기에서 패한 후 19연패를 당했다. 세이브까지 포함하면 실로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선동열을 만나기만 하면 온 몸이 쪼그라드는 듯 했다.

선동열은 무심한 척 불펜에서 공을 빵빵 뿌려댔다. 이기는 방법은 선이 오르기 전 점수를 내는 것이었다. 무력시위를 하는 선동열을 보면서 롯데 타자들은 서둘렀다. 하지만 서두르면 되는 일도 안 되는 법. 4번 타자 마해영은 그만 중견수 플라이를 날리고 말았다.

7회초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조계현이 또 볼넷을 허용했다. 됐다 싶었다. 그러나 불펜 쪽에 서있던 선동열이 서서히 마운드를 향하고 있었다. ‘아이쿠’하는 탄식음이 롯데 덕아웃에서 터져나오는 듯 했다.

선동열이 들어서면 늘 마운드는 꽉 찼다. 도저히 피해 나갈 곳이 없었다. 1사 1루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의기소침한 김민재의 방망이가 어설프게 돌았다. 1루수 파울 플라이였다. 1루주자 김종훈은 왜 그랬는지 앞뒤 보지 않고 뛰다가 2루에서 태그아웃 당했다.

선동열 무섬증 때문에 도대체 플레이가 풀리지 않는 롯데. 이날 역시 2와 3분의 2이닝동안 안타 1개 못 뽑고 완패 당했다. 1점이면 무조건 이긴다는 해태는 8회 단 한차례의 공격만으로 5점을 뽑았다.

그래서 선동열은 롯데전만 되면 일찌감치 몸을 풀며 겁을 주었다. 95시즌에만해도 7게임에서 1승 6세이브의 전과를 올렸다. 마지막 롯데전의 구원승으로 선동열은 롯데전 연승기록을 20연승으로 늘렸다.

돌아오는 길. 롯데 선수들은 구단 버스 안에서 내년에는 기필고 선동열을 깨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들의 다짐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선동열은 더 이상 국내 무대에 서지 않았다. 그날 경기가 선동열과 롯데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1개월여 후 한일슈퍼게임에 출전했던 선동열은 또 다시 일본 프로야구팀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역생활을 마감, 롯데는 영원히 7년 무승의 한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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