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15 최동원의 분골쇄신(粉骨碎身)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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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4-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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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15 최동원의 분골쇄신(粉骨碎身)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다. 죽을 각오로 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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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야”

“저건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

최동원이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 덕아웃은 ‘혹시’ 했으면서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로 하루를 쉬었지만 정말 선발로 나올 줄은 몰랐다.

모두 기가 질리고 말았다.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7차전. 최동원이 롯데 마운드에 서자 삼성쪽에선 장탄식이 터졌다. 그럴 순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이 앞섰으나 한편으론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무쇠팔인들 별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9월30일 1차전 7탈진 4-0 완봉승, 10월3일 3차전 12탈삼진 3-2 완투승, 10월6일 5차전 6피안타 6탈삼진 완투패, 10월7일 6차전 5이닝 구원승. 4게임에 나와 3게임을 혼자서 다 던지며 3승1패를 한 후 고작 하루를 쉰 후 10월9일 7차전 선발.

마지막 게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던질 여력이 없는 선수를 내세웠으니 도대체 이기자는 건지, 지겠다는 건지.

“우짜겠노. 거까지 갔는데..”

강병철 감독도 알지만 별 뾰죽한 수가 없었다.

“우짜겠어예. 해봐야지.”

최동원은 몸이 부서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강 감독은 처음부터 1,3,5,7차전은 최동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패가 꼬여 6차전을 한 번 더 던졌지만 천만다행으로 비가 내렸다. 5차전 완투 후 하루 만에 ‘번쩍 손을 들고 나간’ 최동원이 아니었다면 6차전에서 끝났을 시리즈였다.

강 감독은 최동원이 5차전에서 완투패하자 승부를 반쯤 포기했다. 삼성이 최동원이 못 나가는 6차전에서 쐐기를 박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6차전 4회말 클린업 트리오 홍문종, 김용철, 김용희가 연속 안타로 3점을 뽑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순간 최동원을 쳐다보았다. 그저 말 못하는 눈짓이었다. 최동원이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5회, 선발 임호균이 내려가고 최동원이 올라갔다. 그리고 최동원은 3안타 6탈진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3경기 연속 던지는 최동원. 공이 밋밋하다 못해 축 처져있었다. 어제의 최동원이 아니었다. 최동원의 기에 질려있던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최동원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갔다. 2회말 3점, 6회말 오대석의 솔로 홈런으로 두들겨 4-1로 앞서 나갔다.

최동원은 탈진상태였다. 힘이 아닌 요령을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홈런을 맞은 후 오히려 공이 조금씩 좋아졌다. 그리고 7회 동료들이 2점을 지원해주자 최동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8회초 ‘공포의 1할타자(시리즈 20타수2안타)’ 유두열이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리자 무소불위의 씩씩한 최동원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9회말 2사 3루, 최동원은 삼성의 마지막 타자 장태수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10일간 5경기 40이닝 1 완봉승, 2 완투승, 1구원승의 ‘시리즈 4승’의 역사를 만들었다.

해질 무렵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같이 황홀한 투구. 최동원은 그렇게 가을의 전설이 되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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