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은 마무리 투수 김서현의 기용이었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부터 포스트시즌에 이르기까지 컨디션 난조와 멘탈 흔들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불안은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한화 벤치는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처참했다. 김서현은 9회초 3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또 무너졌다.
문제는 단순히 실패한 한 번의 승부수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상황을 읽지 못하고 '과거형 야구, 그리고 선수 심리에 대한 무지로 일관했다.
그는 '믿음'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었다.
그 믿음은 데이터를 외면했고, 흐름을 외면했고, 선수의 컨디션을 외면했고, 팬들이 수년 동안 겪어온 악몽의 패턴까지도 외면했다.
그의 야구는 과거에 멈춰 있다. "투수는 믿고 가는 것이다"라는 오래된 미덕을 지금 시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 야구는 정보, 데이터, 흐름과 멘탈 관리가 절대적이다. 김서현은 이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부터 손상되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무너졌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구위가 떨어진 것이 명확했다. 그걸 모른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괜찮을 거야’라고 믿은 것이다. 이건 믿음이 아니라 도박이었다.
김서현은 오늘 한 경기로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선수는 김서현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만든 건 상대 타자도 LG 타선도 아니라 한화 벤치였다. 김경문 감독은 "8회는 잘 막았지 않나"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말은 선수를 보호하는 말이 아니라, 감독 자신을 보호하는 말이었다. 8회는 '막았다'가 아니라 운이 좋아 넘겼을 뿐이었다. 감독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몰랐거나 보지 않았다.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라는 이름 뒤에 숨어버린 지도자다. 과거의 권위로 현재를 판단한 사람이다. 선수를 지키지 못한 감독이다.
한화는 26년을 기다렸다. 그 긴 시간 동안 팬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늘 한화가 진 건 김서현이 흔들렸기 때문이 아니라,
김경문 감독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5차전은 '총력전'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건 총력전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감각이다. 문동주가 잘 던지든 못 던지든 한화는 지금 감독의 감각, 판단, 책임감이 걸린 승부에 서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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