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석은 분명 잘못된 타이밍을 택했다. 2019년과 2022년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했지만, 미국행 직전인 2023년에는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그 상태에서 포스팅으로 떠난 건 선수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2년 450만 달러 계약은 '확실한 기회'를 보장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2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5.61이라는 결과만 남겼고, 자신감까지 무너졌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실패라는 말 외엔 붙이기 어렵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고우석은 '실험군'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KBO 불펜 투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샌디에이고가 제시한 계약 규모 자체가 '터지면 이득, 아니면 손해 없는 수준'이었다. 구단은 철저히 계산된 투자를 했고, 선수는 커리어 전체를 걸었다. 이 불균형이 곧 결과를 결정했다.
또한 마이너리그 ERA는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타자 친화적인 리그 환경, 공인구 특성, 잦은 이동 등 외적 요인이 크다. ERA 5.61은 단순히 '구위가 무너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KBO 특급 마무리조차 미국 시스템에서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고우석이 LG로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의 기회를 이어가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포스팅으로 나간 이상 KBO 복귀 시엔 원소속팀과만 계약해야 한다는 제도적 족쇄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장 복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의 거취는 '재도전이냐, 귀환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다만 어떤 길을 택하든 이번 2년의 경험은 한국 불펜 투수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됐다. '성적이 저점일 때의 도전은 위험하다', '포스팅보다는 FA가 유리하다', '불펜 투수는 MLB에서 투자 대비 우선순위가 낮다'는 교훈은 분명히 남았다.
고우석의 미국 도전은 개인적으로는 실패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KBO 불펜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평가 체계 속에 놓이는지를 보여준 실험이기도 했다.
비록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경험은 한국 야구 전체에 하나의 데이터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고우석은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팀과 기회를 찾아 다시 미국에서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KBO로 돌아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는 그의 다음 행보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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