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는 승부수를 띄웠다. 팀의 10승 좌완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고,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의 경력을 가진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벨라스케즈는 등판할 때마다 무너졌고, 팀은 12연패라는 악몽에 빠졌다. 그가 온 뒤 롯데는 순식간에 추락했고, 팬들의 가을 꿈도 산산조각 났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에서 그는 달라졌다.
직구는 152km까지 찍혔고, 변화구는 날카로웠다. 6이닝 무실점, 첫 퀄리티 스타트. 이미 롯데의 가을야구는 끝난 뒤였다. 의미 없는 무대에서야, 그는 비로소 '제대로 된 투수'의 얼굴을 보여줬다.
바로 그 지점이 팬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끝까지 못 던졌다면 '원래 안 되는 투수였구나'하고 체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호투해버린 순간, 팬들 가슴에는 미련이 아니라 대못이 박혔다. '그럼 지금까지는 왜 안 했어? 왜 필요할 때는 못 했어?'라는 원망이 쏟아진다.
롯데 팬들의 입장에서는 참 얄궂다. 데이비슨을 내쳤을 때만 해도 우승 경쟁을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벨라스케즈는 롯데의 추락을 앞당겼다. 그리고 이제 와서 '늦은 호투'로 마무리했다. 결국 그 한 경기로 남는 건 미움뿐이다.
롯데의 2025년은 실패로 기록됐다. 그리고 그 실패의 한가운데에 벨라스케즈가 있었다. 팬들은 그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유종의 미? 아니다. 그것은 롯데 팬들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든 장면일 뿐이다.
그래서 벨라는 더 밉다. 못해서 미운 게 아니다. 늦게 보여줘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서 안 보여줬기 때문에 더 밉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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