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탬파베이는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보면 잔혹한 곳이다.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조차 연봉이 오르자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고, 최지만 역시 연봉이 오르자 곧바로 내쳐졌다. 타일러 글래스나우는 재정 압박 속에 다저스로 떠났다.
그리고 이번엔 김하성이다. 2년 2,900만 달러라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어깨 수술과 허리 부상으로 24경기 타율 .214에 그친 그는 결국 웨이버라는 냉정한 결말을 맞았다.
탬파베이의 운영 철학은 명확하다. 선수는 자산이고, 자산 가치는 돈과 직결된다. 가치가 오르면 최대한 비싸게 팔아 치우고, 가치가 떨어지면 더 늦기 전에 손절한다. 장기적 신뢰나 꾸준한 기회는 이 구단의 사전에 없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선수 커리어를 흔든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팀을 옮기면 적응은 쉽지 않다. 새로운 코칭 스태프, 새로운 동료, 새로운 환경까지. 김하성처럼 '미리 준비되지 않은 이동'은 커리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에게 탬파베이는 결코 만만한 선택지가 아니다. '성공하면 더 큰 팀으로 옮길 수 있다'는 장점만 보이지만, 그 뒤에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따라붙는다.
결국 탬파베이는 선수에게 도약대가 될 수도, 커리어를 흔드는 덫이 될 수도 있다. 김하성의 사례로 그 잔혹한 양면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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