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명장 백인천 감독이 현역 지도자로 활약할 때 틈만나면 언론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프로야구 등 단체 종목에서 감독이 해야할 것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보다 컨디션을 우선적으로 봐야한다는 주문이었다. 27일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져 아깝게 은메달에 그친 한국팀을 보면서 예전 그의 말이 생각났다.
이날 한국팀의 결정적인 패인은 에이스 최인정이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세계랭킹 2위인 그는 장태석 대표팀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이 가장 애지중지했던 대표팀의 간판 스타였다. 그는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한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이었다. 대표팀이 현 세계 최강이자 2012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중국을 38-29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활약에 힘입었다. 중국전에서 최인정은 초반 리드를 잡아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와의 결승에선 달랐다. 선발 멤버와 마지막 멤버로 출전한 최인정은 상대에게 매번 끌려다니며 점수를 가장 많이 잃어 버렸다. 만약 그가 중국전에서의 활약 정도만 해줬다면 한국팀은 무난히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3명의 선수가 3번씩 번갈아 경기하는 단체전에선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하지만 최인정이 보여준 결승에서의 경기 내용은 큰 아쉬움이 남았다. 소극적인 플레이로 상대에게 끌려 다녔으며 공격 기회가 생겨도 제대로 공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가 갑작스레 결승전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컨디션 관리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긴장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가, 아니면 먹은 것에 문제가 있었든 가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의 컨디션 여부를 제대로 활약하지 않고 금메달이 결정되는 결승전에 가장 중요한 선발멤버와 마지막 멤버로 투입해 결과적으로 선수관리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펜싱 여자대표팀은 지난 해 유럽 전지훈련을 하다가 3명이 코로나19에 걸려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관리에 총격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드러났듯 경기력으로 직접 나타날 수 있는 선수의 컨디션 관리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백인천 감독이 중요 경기에서 선수들의 개인 기량보다 컨디션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스포츠지도자들은 이번 여자 펜싱 결승전을 통해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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