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태, 김태균에 이어 정근우, 권혁 잇달아 은퇴 선언--이용규, 최주찬은 현역 연장 희망
2020-11-08 16:52
각 팀들마다 '레전드급' 베테랑들이 잇달아 은퇴를 발표하거나 방출되면서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하고 있다.
LG의 박용택은 은퇴경기라고 별도로 하지는 못했지만 각 구단들마다 마지막 경기에 박용택을 위한 조촐한 행사를 열어 KBO 리그 레전드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올시즌 은퇴에 가장 먼저 불을 붙인 베테랑은 LG의 박용택. 박용택은 이미 시즌을 시작하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단서를 붙여 경기에 나섰고 지난 5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대타를 마지막으로 19년동안 정든 야구장을 떠났다.
박용택은 2002년 LG에 입단과 동시에 주전으로 활약하며 애증도 함께 안기면서 19시즌 동안 LG에서만 활약했다. 통산 최다안타 1위(2504안타)가 말해주듯 2000년대 LG의 산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박용택은 이 동안 LG가 단 한차례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한은 고스란히 안고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한화 김태균
은퇴발표는 박용택이 먼저 했지만 이보다 더 빨리 은퇴한 레전드도 있다. 바로 한화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거의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10월 21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38살의 에이징 커브를 이겨내지 못한채 성적부진과 부상으로 8월15일 삼성전을 마지막으로 2군으로 밀려나면서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0~2011년 2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에서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기도 했던 김태균은 KBO 리그 통산 2209안타에 311개의 홈런을 날린 한화의 레전드였다.
김태균은 내년시즌부터 한화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란 직책으로 프런트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1982년 황금세대를 구사했던 정근우(LG)도 8일 구단에 은퇴의사를 전달했다.
김태균과 함께 1982년 황금멤버 가운데 한명인 LG 정근우도 8일 은퇴를 발표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SK로 입단한 정근우는 2000년대 SK 왕조 시대를 이끌었고 한화를 거쳐 올해 LG로 자리를 옮겼다. 정근우는 김태균처럼 한팀에서 선수생활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2루수 부문 세차례 골든글러브를 비롯해 16차례 끝내기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등 그야말로 프로야구 레전드 가운데 한명이다.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1877개 안타로 타율 0.302, 121개 홈런, 722타점, 371도루의 기록을 남기고 16년 동안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접게 됐으나 같은 1982년 생인 이대호(롯데)와 오승환(삼성)은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무려 우승반지 6개를 낀 두산의 불펜 권혁도 구단에 은퇴의사를 밝혔다.
또 두산의 권혁과 정상호, 김승회도 은퇴한다. 2002년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권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오승환, 권오준, 정현욱 등과 함께 삼성의 필승조로 이름을 떨쳤으며 삼성의 4년 연속우승(2011년~2014년)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15년 한화를 거쳐 지난해 두산으로 옮겨와서도 두산의 통합우승에 기여하는 등 우승반지만 6개에 이른다. 18시즌 동안 781게임에 나서 58승47패32세이브159홀드를 기록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홀드는 1위이며 역대 통산으로는 안지만(177홀드)에 이어 2위다.
한화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은 이용규는 은퇴보다는 새 팀을 찾고 있다.
자진 은퇴 의사를 밝힌 이들과는 달리 호타준족의 대명사였던 김주찬(KIA)과 이용규(한화) 등은 아직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여지를 남기고 있다. 김주찬은 구단에 스스로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해 허락을 받았고 이용규는 구단의 방출대상 선수 명단에 들었다. 이들은 각각 4억원이나 되는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연봉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다면 아직은 현역으로 상당한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이제 앞으로 플레이오프전과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은퇴를 발표할 또 다른 베테랑 선수가 나타날 지 모른다. 이래저래 나이가 들고 성적이 나빠지면 갈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베테랑 선수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