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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02 vs 2014년 6월…지금 행복하십니까?

2014-06-27 11:12

손흥민이27일벨기에와의최종전이끝난뒤눈물을흘리며아쉬워하고있다(사진=ⓒGettyImages/멀티비츠제공)
손흥민이27일벨기에와의최종전이끝난뒤눈물을흘리며아쉬워하고있다(사진=ⓒGettyImages/멀티비츠제공)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16강 진출이라는 국민의 기대와 염원을 저버렸다.

벨기에에 0:1, 알제리에 2:4로 패했고, 러시아와만 1:1로 비기면서 16강행이 좌절됐다.

새벽잠을 설치고 벨기에 전을 지켜본 국민은 손뼉 대신 책상과 식탁을 내리치면서 '에~이'를 곱씹었다.

#1) 대학생 김모(24) 씨는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를 학수고대했으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며 "너무 씁쓸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FIFA와 ESPN 등 세계 유수의 스포츠 웹사이트를 들어가 축구를 검색하고 축구를 주제로 얘기를 하는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2) 회사원 김모(42) 씨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축구라도 이겨 16강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강했지만 우려했던 대로 16강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며 "무척 화가 난다"고 흥분했다.

그는 "요즘 30, 40대들은 그래도 축구를 화제로 위로를 삼곤 하는데 그마나 위안거리가 없어졌다"며 "희망과 즐거움이 없는 나라인 것 같다"고 자조까지 했다.

#3) 모 중견기업 중역인 최모(53) 씨는 "회사 내 20대, 30대들과 공통의 화제(話題)가 축구인데 이제 그들과 뭘로 소통할지 막막하다"며 "시름에 젖어있는 국민을 위해 축구 경기를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강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시중에는 되는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고 있다"며 "국민이 한번 큰 소리로 떠들고 웃는 기쁜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27일의 화두는 대한민국의 월드컵 축구다.

환희 대신 실망과 아쉬움, 한숨만이 지축을 뒤흔드는 듯하다.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와 국무총리 후보자들의 인사 참사,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 등으로 상처받은 국민이 축구로 나마 위로받고자 했으나 위안과 카타르시스를 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류현진 선수와 K-리그, 프로야구에서라도 위안을 찾자고 얘기한다.

20대와 30,40대들은 2002년을 회고한다.

그때는 정말로 기뻤고 행복했다고 얘기한다.

시내 어디를 가도 웃음꽃이 피는가 하면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쳐도 주변에서 박수를 치며 호응해줬지, 주의를 준다든지, 떠들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한다.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대형 아파트 단지와 대로변에서는 택시들의 경적소리에 부응해 일부 승용차들까지도 경적을 울리며 한껏 들떴다.

2002년한·일월드컵8강전에서대한민국이스페인을승부차기로꺾고환호하고있다.(사진=ⓒGettyImages/멀티비츠제공)
2002년한·일월드컵8강전에서대한민국이스페인을승부차기로꺾고환호하고있다.(사진=ⓒGettyImages/멀티비츠제공)
#1)의 김모 씨는 “2002년 초등학교 5학년으로 학교에 가면 온통 축구 얘기뿐이었으며 너도나도 축구를 통해 대화하고 친구가 됐다”고 회상했다.

김 모씨는 그 이후 미국에 갔을 때 "낯선 미국 아이들도 한국에서 이사 온 줄 알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반가워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땐 너무 기뻤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경험을 전하는 김모 씨의 얼굴에는 기쁨의 표정이 역력하다.

#2)의 김모 씨도 "자신의 30대는 축구로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흥미진진했고, 기쁨이 뭔지를, 행복이 뭔지를 느끼게 해준 2002년 6월이었다"고 말했다.

2002년 6월을 회고하는 그의 얼굴엔 뿌듯함이 느껴졌다.

#3)의 최모 씨는 "내 인생 50평생에 가장 행복했던 한 달을 꼽으라면 2002년 6월이었으며 모든 게 즐거웠다"며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디를 가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그땐 정치적, 이념적, 지역적으로 갈리지도 않았고 세대차이도 없었다. 어른과 아이가 어깨동무를 했다"면서 "그런 국민 통합적 분위기가 왜 안 살아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유세 때 국민 행복시대, 행복시대라고 했는데 그 행복시대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 얕게 패인 주름살만큼이나 작금의 삶이 행복하다기 보다는 좀 고단해 보이는 듯했다.

2002년 6월. 우리에게 그렇게 소중했던 시절을 지금껏 잊고 살았다.
2014년 6월이 일깨워준 것이다.

서로에게 묻는다. '2014년 6월, 행복하시느냐'고…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자문자답(自問自答)-자탄자가(自彈自歌)이다.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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