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또 한 번의 프랜차이즈 빅딜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마운드의 괴물이 아닌, 타선의 중심에 서 있는 젊은 3루수다. 류현진이 8년 17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복귀했다면, 이제 구단은 그 상징을 타석에서도 찾고 있다.
한화는 노시환을 단순한 거포로 보지 않는다. 그는 팀 리더십의 축이며, 향후 10년을 책임질 얼굴이다. 2023시즌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2025년에도 32개의 홈런에 101타점을 올렸다.타석에서 보여주는 에너지, 클럽하우스에서의 존재감 모두가 한화의 다음 세대 아이콘으로 충분하다. 구단이 비FA 다년 계약을 추진하는 이유다.
협상 초점은 기간과 금액, 그리고 옵트아웃이다. 구단은 장기 계약을 통해 노시환을 2030년대 초반까지 묶어두려 할 것으로 보인다. 노시환 측은 자신의 커리어가 전성기로 접어드는 시점을 고려해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류현진 계약 때처럼 비공개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구단의 재정 구조와 선수의 미래 플랜 모두를 감안하면 필수적인 장치다.
돈의 문제도 작지 않다. 류현진 계약이 총액 170억 원이었다는 점에서, 노시환 협상도 자연스럽게 그 금액이 기준선이 된다. 젊은 나이에 30홈런을 칠 수 있는 거포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한화가 미래를 장기적으로 묶어두려면 류현진급 대우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구단 입장에선 샐러리캡 부담이 존재한다. 이미 고연봉자 비중이 높은 팀에서 또 한 명의 20억대 선수를 추가하는 건 결단이 필요하다.
류현진의 계약이 한화의 정신적 리더십 복원을 위한 투자였다면, 노시환 계약은 구단 브랜드의 미래를 설계하는 투자다. 한화는 오랜 기간 리빌딩을 거치며 팀의 얼굴을 찾지 못했다. 이제 류현진이 마운드의 상징으로 복귀했고, 노시환이 타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시점이다. 두 계약이 이어지면 한화는 비로소 세대교체와 흥행을 동시에 잡는 드문 팀이 된다.
결국 이번 협상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선언의 문제다. 한화가 류현진으로 현재를, 노시환으로 미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8년 170억 원이라는 숫자는 상징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구단이 그만한 가치를 젊은 거포에게서 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화의 다음 10년은 이 계약서 한 장에 달려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