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안 부재다. 로버츠는 여전히 기계적으로 스캇을 마무리로 내보낸다.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번번이 무너지는 불펜을 보면서 팬들이 분노를 넘어 허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차라리 오타니를 마무리로 세워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미 세계 최고 무대에서 마무리 투수로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 2023년 WBC 결승전, 그는 마지막 9회 마운드에 올라 동료 마이크 트라웃을 직접 삼진으로 잡아내며 일본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투타 겸업이라는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에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지금의 다저스에 필요한 건 바로 그 장면이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한 번의 블론세이브가 모든 걸 무너뜨린다. 스캇을 계속 밀어붙이는 '돌버츠'라면 또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오타니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파격과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돈버츠'라는 오명은 결코 우연히 붙은 게 아니다. 이제 로버츠가 보여줄 차례다. 뻔한 패착 대신,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승부수. 오타니를 마무리로 쓰라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다저스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외침일지 모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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